여권, 추 대표 돌출발언에 불편…열성 지지층, 우 원내대표 비판
여당의 투톱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정국 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이 걸린 7월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서다.
우선 추 대표의 대야 메시지는 지지층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거침없는 공격형 발언으로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 사건으로 크게 돌출된 추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을 놓고 추 대표는 “대선공작 게이트”, “안철수·박지원의 침묵은 짧을수록 좋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머리 자르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형사책임”이라며 연일 국민의당을 성토했다.
이에 맞물려 국민의당의 반발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추 대표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원내 전략상 국민의당과의 협력 문제 등을 고려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대응 기조를 세웠으나 추 대표는 여기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추 대표는 ‘제보조작’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대야 공격의 선봉에 섰다.
추 대표는 “협치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뜻을 정치권이 제대로 받드는 데 있다”(지난달 19일)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강경 일변도의 자유한국당과 구분하지 않고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 야당을 직접 상대하는 우 원내대표는 다른 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사와 추경 모두 반대 기조인 한국당에는 “대선 불복이냐”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국민의당에는 “한국당 편을 들지 말고 추경 심사에 임해달라”, 바른정당에는 “개혁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달라”면서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인사·추경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호남이 지지기반인 국민의당과 사안별 공조를 꾀하고, 이를 토대로 바른정당을 견인해 한국당을 압박하겠다는 분리 대응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우 원내대표가 과거 쇄신연대와 같은 비주류 모임에서 활동하고 통합민주당의 2008년 7·6 전당대회에서는 추 대표를 도운 이력도 있는 등 개혁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해봐도 최근의 행보는 상당히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
원내 현안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으로서 다른 야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나 자극적 언사는 가급적 피한 것이다.
이와 관련, 우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내가 을(乙) 중의 을(乙)”이라며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톱간 대응기조 차이를 역할 분담론 차원에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박범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에서 “당에는 당의 일이, 국회에는 국회의 일이 있다”면서 “당은 국회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당원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 대표의 거친 발언이 국민의당의 강경대응과 야3당의 국회 보이콧 공조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원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우군이었던 국민의당까지 추 대표의 말 한마디에 돌아서면서 추경 진행 등이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여권의 핵심부인 청와대 역시 추 대표의 발언을 놓고 대응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국회 파행을 촉발한 이번 ‘머리 자르기’ 발언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 요구,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의 워싱턴 발언 지지, 사드 무용론 제기 등으로 정부 입장을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추 대표가 여당보다는 야당 대표 같다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등으로부터는 호응을 받고 있다.
반면 야당에 온건하게 접근하는 우 원내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부 문 대통령 지지그룹 등에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에서는 이런 투톱 간 난기류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 조율을 강조하는 의견이 많다. 당 대표 발언으로 원내 현안 처리가 막히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진 인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 투톱 간 역할 분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응 기조에 차이나 이견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추 대표의 발언이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7일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회의를 통해 기조를 잡기는 하지만 메시지 자체는 조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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