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사 주요 내용
“권위 내려놓고 시민들과 대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거듭 강조“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영부인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청와대에 도착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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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슬로건이기도 했던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행정부 등에 변화를 주문하기보다 대통령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자세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고 출퇴근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주요 사안을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는 대통령, 참모와 토론하는 대통령, 퇴근길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 없이 대화하는 대통령 등의 모습으로 ‘권위를 내려놓은 대통령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며 국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을 약속했다. 그는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공약 중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한다는 정책이나 사회 고위층 비리 수사·기소 전담기관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약속은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두 개의 공약은 참여정부 시절 미완의 개혁 과제로,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및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며 안보 위기가 고조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또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에 선 자신에 대한 보수층의 안보 위기감을 다독이려는 발언으로 읽힌다. 한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이후 5개월 동안의 한반도 외교 소외 국면이 끝났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평가다.
‘일자리 문제 해결’과 ‘통합’은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하는 키워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면서 “동시에 재벌개혁에도 앞장서,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로 인해 치른 대선임을 상기시키며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이날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퇴임 이후 자신의 모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 깨끗한 대통령,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 국민의 자랑으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7-05-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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