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드비용 부담’ 발언…전문가 “분담금협상 사전포석”

트럼프 ‘사드비용 부담’ 발언…전문가 “분담금협상 사전포석”

입력 2017-04-28 15:07
수정 2017-04-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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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진의 파악이 우선…내년도 방위비 협상 대비해야”“韓 대선 앞둔 상황 신중치 못한 발언”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을 한국이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사전포석의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외교·협상력을 발휘해 우리가 부담할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28일 조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했던 최대 수준을 요구하면서 흔드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로서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진의를 분명히 파악하는 한편, 공식적인 요구가 들어오면 협상을 통해 최대한 우리 입장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외교·미국 전문가 제언.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추후 추가 배치되는 경우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지만, 지금처럼 우리가 중국에 보복을 당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으로 요구하리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미국이 굉장히 강경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현실적으로 사드 배치를 아예 철회하거나 비용 부담을 아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협상 대상으로 올릴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 내년부터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시작될 텐데,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현재 우리 정부가 과도기에 처한 상황이기도 하고, 더구나 우리가 대응해서 미국에서 국내 이슈화하면 ‘한국 보호에 왜 미국이 돈을 내나’라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협상 테이블 안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 자체가 최고 수준을 지르는 측면이 있다. 당장 우리 정부가 정색하고 대응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일단 내버려두고 실제 협상 단계에서 논의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마침 사드 가동을 위한 핵심 장비를 다 들여왔으니 이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봤을 수 있다. 사드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국내 비판 여론이 많으니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의제를 던지는 감도 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우선 진위 파악이 중요하다. 그런 발언이 왜 나온 것인지, 트럼프의 개인적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의 정책 속에서 계획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향후 한국으로서는 중국에 보복을 당하고, 미국에는 비용 부담을 요구받는 상황에 ‘코리아 패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국내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먼저 강하게 던지면서 치고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알려진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번 발언은 다음 달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서적 측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도 있는 상황에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사드 비용과 관련해 못을 박아놓으려는 의도도 있을 수는 있다.

정부는 트럼프의 진위 파악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미 채널을 총동원해서 발언의 배경과 의미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또 한국이 처한 상황과 국내 여론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번 사안이 외교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에 있어서 매우 상징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우리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미국을 향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일정 부분 예정됐던, 우려해온 상황이긴 하다. 트럼프가 앞서 일본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일본이 미국에 적극 구애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무역관계에서는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핵심 동맹국에 대해서도 비용 문제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가 임기 초반 분명히 보여줬다. 그것이 한국에도 이어졌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만을 겨냥한 돌발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일단 최대한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의 언급이 실제로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10억 달러를 언급했지만 한국이 부지도 공여하는 등 기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외교력을 발휘한다면 타협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향후 정세 추이에 따라 한국 조야에서 사드를 추가 배치하려 한다면, 그때는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이번 언급은 내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수도 있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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