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설회를 TV토론 대체 검토…“박 前대통령 이용하려는 행위” 비판
자유한국당이 20일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TV토론회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애초 한국당은 오는 22일 부산·울산·경남 및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23일 호남권과 충청권, 24일 수도권에서 각각 합동연설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경선관리위원회가 전날부터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TV토론회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만일에 대비해 방송사 2∼3군데와 접촉하며 실무적 준비도 병행했다”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대외적으로 밝힌 명분은 ‘효율성’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견발표를 듣는 것보다 역시 토론회가 후보들의 생각을 좀 더 들을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준길 대변인도 통화에서 “전날 한국당의 TV토론회 시청률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TV토론회보다 수도권 기준으로 2배, 전국적으로 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국민이 예상보다 큰 관심을 보여준 만큼 경선 일정을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1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됐던 첫 합동연설회에서의 ‘태극기 부대’의 세과시가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태극기 부대는 지난해 연말부터 광화문 일대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온 대선주자 김진태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행사장을 대거 찾았다.
이들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내려와’라고 외치고,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 중 야유와 고성을 쏟아내는 등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산 행사장의 경우 그 규모가 7천석에 달하는데 지난번처럼 태극기 부대가 밀고 들어오면 행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당 입장에서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태극기 부대가 당 경선행사를 ‘점령’하는 듯한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동안 한국당은 대선모드 전환에 앞서 인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인적 쇄신’ 작업을 통해 강성 친박(친박근혜) 색깔을 빼는 데 총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50일 앞두고 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또다시 강성 친박 세력이 여러 차례 노출되면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성은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참석한 태극기 부대가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에게 보낸 야유와 협박에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머릿속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행위, 절체절명의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이용하려는 비겁한 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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