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서 입 뗀 최순실…“어제 기억도 없는데 세월호 기억나겠나”

감방서 입 뗀 최순실…“어제 기억도 없는데 세월호 기억나겠나”

입력 2016-12-26 21:37
수정 2016-12-2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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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의 감방 청문회, 명찰·마스크하고 나와…정유라 얘기엔 눈물 뚝뚝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26일 비로소 입을 열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가 서울구치소 수감장 공개접견장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감방 청문회’ 현장에서다.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마스크를 쓰고 나온 최씨는 그동안 자신을 겨냥한 의혹에 대해 대부분 침묵이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재산 독일 은닉 의혹이나 딸 정유라 씨의 대입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관련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내놨다.

딸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다가 마스크로 이를 닦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최씨는 “종신형도 각오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내비치려 했지만, 위원들은 “뉘우치고 참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감방 신문’에는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 새누리당 장제원·하태경·황영철, 민주당 김한정·박영선·손혜원·안민석, 정의당은 윤소하 의원이 참석했다.

구치소 청문회는 1997년 한보사태 이후 19년만이고, 수감동까지 찾아가 신문을 한 것은 1989년 5공비리 청문회 이후 27년만이다.

접견이 이뤄지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위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수감동으로 들어가서도 현장 촬영 문제로 구치소 측과 이견이 생기면서 위원들은 최씨를 만나지 못한 채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구치소 측은 대기실에 기동순찰대를 배치해 항의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구치소장이 최씨에게 쩔쩔매는 것 같더라”라고 떠올렸다.

최씨는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연한 녹색 수의를 입고 ‘628’이라고 번호가 새겨진 노란 명찰에 단 채 접견장에 나왔다고 한다.

구치소 측은 최씨가 공황장애 약도 반입했다고 전했으며 최씨 역시 위원들에게 “혈압약을 먹고 있다. 심장이 나쁘고 두통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악수를 했는데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았다. 손이 따뜻했고 살이 빠져서 더 건강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의원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최씨는 “심신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하다”,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했고, 프로포폴을 매주 맞았는지, 윤전추 행정관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던 의상실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태민씨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딸을 이혼시켰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왜 이혼을 시키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항변하기도 했다.

최씨는 “삼성에 (지원을) 부탁한 적이없다”고 했고,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을 추천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 접촉설에 대해서도 “황당하다.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독일에 재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푼도 없다. 몰수할 수 있으면 하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너무 황당한 질문이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태블릿PC 문제에 대해서도 “2012년에 처음 봤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동안 신나게 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면서 “특혜받은 것 없다”고 답했다.

딸의 이대 입학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들어갔다. 왜 부정입학이냐”고 항변했으며 IOC 선수위원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강력히 부인했다.

특히 딸 얘기를 하면서는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과 딸 중 누가 더 걱정되느냐”고 물었더니 “딸”이라고 답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씨 역시 엄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된 질문에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때 일이 어떻게 기억나느냐”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탄핵에 대해서는 “죄스럽고 아프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에 관해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나라에 혼란 끼쳐 죄송하다.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만 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대신 박 대통령과의 호칭에 대해서만 서로 “최원장”, “의원님·(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님” 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마음이 복잡한 것 같다. 생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위원들에게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있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정작 이에 대한 위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태블릿PC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확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또렷하게 밝히더라”라고 했고, 하태경 의원도 “몸이 안 좋고 혈압약도 먹는다면서 자기한테 유리한 부분은 또박또박 말하더라”라고 꼬집었다.

일부 위원들은 최씨의 독방 생활에 대해서도 ‘특혜’라는 주장을 했다.

하 의원은 “최씨는 약 5㎡ 넓이의 방에서 하루에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절반만 한 방도 있는데 큰 방을 준 것”이라며 “신문도 자유롭게 본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남부구치소에서 진행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신문에 대해서는 위원들이 신문 후 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메모를 내보이며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3시간 가량 진행된 신문은 안 전 수석이 허리디스크로 앉아있는데 괴로움을 표시하긴 했지만,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이들의 진술도 상당 부분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만 있거나 거짓이 포함돼 있지만, 유의미한 진술이 있어 퍼즐을 맞추는 데 약간 도움이 됐다”고 총평했다.

같은당 이용주 의원도 이들과의 접견 사진을 공개하면서 “청문회 관련 사진까지 남길 수 있도록 두 분 증인이 동의해준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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