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유발해 위기 모면하려는 수…슬쩍 국회로 공 던진 정치 테크닉”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TV 생중계로 지켜본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대부분 한숨을 쉬었다. 막힌 정국을 뚫어 정부와 행정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발언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앞선 두 차례 담화와 마찬가지로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퇴진의 시나리오를 국회에 맡겨버림으로써 일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 의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국회가 조속히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朴대통령 담화 듣고 있는 靑 참모진
청와대 참모진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내용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허원제 정무·최재경 민정·김규현 외교안보·강석훈 경제·현대원 미래전략수석.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다른 부처의 과장급 간부는 “어느 정도 국민 요구를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었지만, 검찰 조사를 안 받고, 중간 수사결과도 부정하면서 슬쩍 국회로 공을 던진 걸 보면 또 정치적 테크닉으로 위기를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가 눈치를 보면서 정쟁을 벌이게 될 경우 혼란은 더욱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은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야당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함께 담화 내용을 접한 직원들은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에 대해 꼼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담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한 공무원은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서 결정해 달라고 공언한 만큼 국회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줬으면 한다”면서 “국정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급적 정치권에서도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6-11-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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