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엔 北인권결의 어떤 내용 담았나…北해외노동자 인권문제 첫 언급
북한인권결의안 채택하는 유엔총회
유엔총회 3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총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12년 연속이다. 사진은 유엔총회 3위원회가 회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결의는 전문(前文)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인도에 반(反)한 죄를 막고 가해자 기소 및 사법 처리를 보장할 것을 북한 리더십에게 촉구했음을 상기”한다고 밝혔다.
또 본문에 “수십 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그리고 리더십의 효과적 통제 아래, 기관에 의해 북한 안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됐다는 충분한 근거를 COI가 제공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정은’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통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이 북한 지도부에 있음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며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 추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결의는 또 북한의 해외노동자 인권문제를 역대 북한인권결의 중 처음으로 언급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의는 “강제노동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에서 일하는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게는 16개국에 5만 명, 많게는 20∼40여 개국에 11만∼12만 명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근로자는 규정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안전장비 미비, 삼엄한 통제, 과도한 상납금 등 때문에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가는 자금줄 차단 측면에서도 관심을 받아왔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 본국에 보내는 돈 중 상당액은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기에 북한인권결의에 처음 적시된 것은 김정은의 ‘돈줄 죄기’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유엔 차원의 결의에 이 문제가 거론됨으로써 각국이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길 점점 꺼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재원을 전용하는 것이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인권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이 북한 주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결의에 처음 명기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과거 결의와 다른 점이다.
작년 결의에 들어갔던 “북한 내 인권과 인도적 상황의 개선에 공헌할 수 있는 ‘남북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한다”는 문구가 “북한 내 인권과 인도적 상황의 개선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한다”로 대체된 것이다.
결의에 남북대화 문구가 빠진 것은 지난 9월 제5차 북한 핵실험 이후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않은 채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로 응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문구가 북한 인권결의에 들어가면 남북대화의 부재가 상황 악화의 원인처럼 비칠 수 있는 점, 북한이 한 해 2차례나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과거의 남북대화 문구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등의 한국 입장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결의에 ‘남북대화’가 빠진 것은 ‘북한 인권의 국제 문제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대화 분위기 유지 등을 위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기권하거나 불참했던 것과 같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 방식은 더는 설 자리가 없게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