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김병준의 ‘역제안’…“여·야·청이 먼저 합의해라”

딜레마 김병준의 ‘역제안’…“여·야·청이 먼저 합의해라”

입력 2016-11-07 13:12
업데이트 2016-11-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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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사퇴’ 카드…거취 논란에 정치권에 공 넘겨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삼청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내놓은 발언을 보면 기존의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읽힌다.

지금까지는 “자진사퇴는 있을 수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날은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조건부로 사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국정이 마비된 현 단계에서는 순순히 총리직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하면서 공을 정치권에 넘겼다. 총리 내정자에서 사퇴하려면 여·야·청이 먼저 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사퇴한다면 차기 내각 구성을 놓고 여야의 충돌이 불 보듯 뻔한 만큼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여·야·청이 새로운 총리후보자에 대해 합의하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김 내정자는 야당에서 영수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총리 사퇴를 주장하는 데 대해 “봄이 오면 얼음은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얼음 때문에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곤란하다”면서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야당이 여야 또는 국회가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도 협상의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이날 김 내정자의 발언을 두고 자신의 거취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찾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현재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야당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마냥 버티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

특히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 힘들었다”면서 총리직 수락 배경을 밝혔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본인이 뜻하는 바대로 국정 정상화를 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게다가 지난 5일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의 분노도 목도한 터였다.

여기에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치면서 야권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는 것도 참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는 없다’고 버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노무현 정신의 모독”이라며 “김 내정자는 국민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신’을 건드린 것이디.

그렇다고 무작정 총리 내정자 신분을 던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신임 총리로 지명한 것은 지난 2일. 따라서 총리 지명 며칠 만에 사퇴한다면 “무엇하러 총리직을 수락했는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 낙마한다면 김 내정자 본인으로서도 두번째 ‘불명예’가 될 수도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06년 7월에는 교육부총리로 취임 이후 13일 만에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물러난 전례가 있다. 김 내정자가 이번에도 쫓겨나듯 사퇴를 하게 된다면 총리·부총리 직에서 모두 조기에 낙마했다는 오점을 안게 되는 상황이다.

결국 나갈 수도, 버틸 수도 없는 딜레마의 상황에서 김 내정자가 이날 언급한 ‘조건부 사퇴’ 카드는 총리직 수락의 명분은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기 위한 퇴로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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