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이 우선”…개헌 찬성파 많은 점은 고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한 꼼수”라고 거듭 비판하며 “청와대 주도 개헌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와 여당이 구석에 몰린 상황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고, 이후에도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이 계속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도 개헌특위 구성을 비롯한 개헌논의 참여를 놓고 국민의당은 “일단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면서 논의 참여를 미루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여기에는 이른바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이 불거지며 개헌 동력이 약화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당내에는 여전히 개헌 찬성론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어 무작정 외면하기는 쉽지 않고,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면 민주당이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개헌특위 참여여부에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이번 개헌의 ‘정략적 의도’를 비판하는 데에 집중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아무리 봐도 궁여지책”이라며 “25%의 레임덕을 빠져나오려는 역대급 물타기”라고 했다.
추미애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헌 제안을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순실 개헌’이자 정권연장음모”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제안하는 형식인 개헌논의에 그대로 응할 수는 없으며, 지금은 개헌보다는 권력비리 문제와 민생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특위 구성에 대한 논의 착수 역시 자연스럽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개헌특위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래 개헌특위는 정기국회 이후 내년 초에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합의가 돼 있었다. 대통령이 하자고 해서 바로 해줄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개헌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의 ‘아래로부터의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논의에서 빠지시라. 국회와 여야정당이 개헌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며 “이런 원칙에 따라 개헌연구 자문회의를 구성,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고 당내에서도 중진들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계속 제기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지도부는 개헌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개헌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개헌론이 계속 거론될 경우 당내 원심력이 작용하며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개헌에 정략적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에는 민주당과 입을 모으면서도 일단 개헌논의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박 대통령 주도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정세균 국회의장과도 논의했다. 일단 국회에서의 개헌논의에 참여를 하겠다”면서도 “그동안 나온 개헌안만도 국회에 한 트럭이 있고, 각자 생각하는 방안이 다르다.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논의가 디테일로 빠지면 합의가 될 수 없고 대통령도 그것을 바랄 것”이라며 “대통령은 개헌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비선 실세들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 시점에 갑작스레 개헌론을 들고 나왔으니, 1년이라는 시간 안에 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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