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원료 독성 알고도 은폐 의혹…보상안 안 밝히는 것도 문제”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 이틀째인 30일에는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한 곳이자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의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SK케미칼이 1994년 국내 처음 출시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주원료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에서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SK케미칼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7년간 CMIT/MIT의 안정성을 높이고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특허를 29차례 출원했다”면서 “사람이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면서 안전성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SK케미칼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상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을 서로 다르게 표기해 PHMG의 유해성을 고의로 숨겼다고 주장했다.
1997년 3월 SK케미칼이 작성한 MSDS에서는 ‘심한 자극성’으로 표기돼 있다가 이후에는 ‘자극성 있음’으로 표현하며 유해성이 더 약한 것처럼 바꿨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CMIT/MIT와 PHMG를 공급한 근본적인 SK케미칼이 이 이런저런 이유로 옥시와 달리 보상안을 밝히지 않은 것을 굉장히 나쁜 태도”라며 “피해자에 대한 미필적 고의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정부 발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보상이나 해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PHMG에서 가습기 살균제 쪽으로 나간 것은 1~2억원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정조사의 여러 조사 결과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가습기 메이트 단독 사용 피해자 5명에 대해선 우리가 어떤 법적 책임 관계를 떠나서 깊이 고민하겠다”며 “법적인 판정과 배치될 때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가, 대안이 있겠느냐 하는 부분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헨켈코리아와 LG생활건강에 대해 가습기살균제를 역시 제조·판매했음에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침묵한 것이 묵인·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천수 헨켈코리아 대표는 “기존 직원들은 알았을지 모르나 2010년 말 입사한 나는 최근 들어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이정애 부사장도 “1997년에 제품을 냈다가 2002년 생산을 중단했다”며 “2011년에 그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됐던 원료와 달라 연관성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