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석에서 집권당 대표 오른 이정현…새누리 영남 철옹성 깨다

靑수석에서 집권당 대표 오른 이정현…새누리 영남 철옹성 깨다

입력 2016-08-09 20:03
수정 2016-08-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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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장벽 깬데 이어 보수정당 첫 호남 대표로 정치사 새로 써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전남 곡성 출신의 3선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이 한국 정치의 역사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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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되다’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한국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당 대표로 등극한 것이다. 전대 선거운동 기간에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라고 수 차례 외쳤던 이 의원이 몸소 ‘기적’을 일궈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잠실체육관에서 치러진 8·9 전대에서 이주영·주호영·한선교 등 다른 3명의 후보를 제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 의원은 지역적으로는 영남, 계층적으로는 사회 엘리트층이 포진한 현 새누리당 주류의 체질과는 상반된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이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한 당권주자 중 유일한 호남출신일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 112명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이 의원과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 2명 뿐이다.

여기에 밑바닥에서부터 커온 당 사무처 당직자 출신이라는 점도 이채로운 대목이다. 스스로를 “집권 여당의 대표머슴 후보”라고 표현한 이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말단 사무처 당직자 시절부터 시작해 이날 이때까지 16계단을 밟아 여기까지 왔다”고 소개했다.

광주 살레시오고를 거쳐 동국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의원은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민정당 당직자로 특채된 뒤 당료로 잔뼈가 굵었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거치며 줄곧 당 사무처 당직자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다. 이 의원의 정치인생의 전환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 역풍에 휘청거렸고 광주에는 한 명도 출마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패배가 예정된 광주 서을에 도전했다. 그 뒤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의원은 박근혜 당시 당 대표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고, 이에 박 대표는 그를 당 부대변인에 앉혔다. 이후 이 의원은 박 대통령 곁을 내내 지켰다.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지냈지만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낙선했고, 또 다시 2014년 순천시ㆍ곡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파란을 일으켰다. 18년만에 호남에서 탄생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주인공이 됐다. 또 지난 4·13총선에서도 생환에 성공하면서 1988년 소선거구제 이후 처음으로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이변까지 만들었다.

역경을 디딘 정치적 이력을 인정받은 이 의원은 당내에서 두 차례 최고위원을 지냈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2013년)과 홍보수석비서관(2013∼2014년)을 맡는 등 입지전적인 행적을 밟았다.

이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호남출신 당대표로서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해방 이래 처음으로 보수정당 대표를 호남 출신이 맡는다면 새누리당은 지지기반을 넓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번트(servant·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소속 의원 전원이 운동화를 신고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 약속했고,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선거유세 방식 역시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통상적으로 전대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각 후보들은 여의도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 캠프를 차리고 수십 명의 관계자들과 함께 전방위적 선거유세에 나선다.

그러나 이 의원은 별도의 캠프 없이 “직접 발로 걷고, 시외버스를 타고, 택시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겠다”며 ‘뚜벅이 유세’에 나서 눈길을 끌었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입었던 회색빛 점퍼와 밀짚모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지난달 31일 창원에서 열린 첫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점퍼를 벗어 높이 쳐들며 “이 점퍼는 이정현이 당대표가 되면 앞으로 새누리당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수차례 위기도 겪었다.

초반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의원과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 간의 통화 녹음을 공개돼 논란이 됐고, 막판에는 소위 오더(order·지시)투표인 ‘청와대의 이정현 후보 지원설’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당권주자 4명 중 유일한 친박계 후보로서 당 대표가 된 이 의원이 앞으로 당의 최우선 숙제로 꼽히는 ‘계파청산·당내화합’ 과제를 어떻게 이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박 대통령의 ‘가신’ 이미지가 강한데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권 재창출을 최대 목표로 하는 여당의 수평적인 당·청 관계로의 변화 과제도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신임 이 대표에 안겨진 무거운 과제이다.

이 의원은 현재 부인인 김민경 씨와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전남 곡성(57) ▲광주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 ▲한나라당 부대변인 ▲제18·19·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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