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반대’ 속내는 자국 안보…전문가 “北위협 도외시” 비판

中 ‘사드 반대’ 속내는 자국 안보…전문가 “北위협 도외시” 비판

입력 2016-08-09 11:29
수정 2016-08-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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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전략적균형 훼손 우려…‘자국중심주의’ 비판 피하기 어려울듯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미국과의 군사적 경쟁 구도에서 열세에 놓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한미 양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도외시한 것으로, 철저히 자국 안보 중심적인 시각으로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려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며 ‘국가 안보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강조했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들도 최근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이 사드 반대론의 초점을 미중간 전략적 균형 훼손 가능성으로 옮기는 양상이다.

작년만 해도 중국 관영 매체의 사드 반대론은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중국 영토를 탐지할 가능성에 집중됐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작년 3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 동부 지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단계에서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미중간 전략적 균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속내를 보다 잘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적의 단거리·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탐지·추적하는 ‘사격통제용’으로, 발사 단계의 ICBM 탐지·추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계기로 한미 양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이는 한미일 3각 동맹의 미사일방어 능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드는 요격 고도가 40∼150㎞에 달해 우리 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패트리엇(PAC-3)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보다도 높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면 우리 군의 KAMD와 주한미군의 사드가 중첩 방어망을 이루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한미 양국의 미사일방어자산이 보다 유기적인 체계를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 양국의 미사일방어 협력 강화를 넘어 한미일 3국이 미사일방어체계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탐지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의 틀 안에서 일본과 공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군사정보 교류에 나설 경우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보다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서고 있는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해 열세에 놓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가 중국의 탄도미사일 탐지·추적과 요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사드 레이더가 성주에 배치되면 중국이 동북부 지역에 배치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 단계에서 탐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을 포함한 동북부 지역에서 탄도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이며 이들 기지에는 ‘둥펑(東風)-21’과 같은 사거리 1천∼3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미사일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기지뿐 아니라 괌 미군기지도 사정권에 포함한다. 미중 양국이 전면전을 벌인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할 경우 중국이 주한미군을 향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성주에 배치된 사드가 요격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중국이 사드 반대론의 근거를 어디에 두더라도, 중국의 주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어 국제적인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사드 배치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지만, 한미 양국이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킬체인’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어 충돌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군 관계자는 “사드는 어디까지나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한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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