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명성 부각 행보속 추경안 처리 ‘출구 전략’도 고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안 등 각종 정국현안 대응을 놓고 강온 조절을 꾀하고 있다.야 3당과 공조하는 형식으로 대여 압박을 강화하고 장외 행보를 재개하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로 비쳐지는 것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권정당화를 표방하며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주력해온 상황에서 자칫 ‘국정 발목잡기’라는 역풍에 휘말리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게 긴요한 더민주로서는 대여 공세 수위와 강도를 나름대로 유연하게 조절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 더민주는 ‘야성’(野性)을 좀 더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더민주의 우클릭 행보를 두고 전통적 지지층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기류가 감지되는데다 8·27 전대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앞다퉈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던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순둥이도 건들면 무섭다는 말을 보여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3일부터는 더민주 의원 14명이 이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12시간씩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안민석·표창원 김한정 등 의원 8명이 지난 3일 경북 성주를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 사드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공식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조율’ 하에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같은 날 야 3당 원내대표가 검찰개혁특위와 사드대책특위 구성, 세월호특별법 기한 연장 등 8개항에 합의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또 다른 야당들과 함께 ‘서별관회의 청문회’와 누리과정 예산 해결을 선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예산결산특위의 심사 일정을 합의해주지 않은 채 정부여당 추경 페이스를 저지하고 있다.
그러자 더민주가 기존의 정국대응 기조에서 벗어나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심지어 대여 ‘장외투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측에 더민주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더민주의 정국운영 기조는 변화가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며 “지금도 상임위를 열고 추경안을 심의하고 있고, 국회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장외 활동에 대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 기울이는 데 소홀했던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과 백남기 농민 진상규명에 좀 더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추경안 심사의 경우, 보건복지위가 3일 예결소위를 열어 맞춤형 보육료 인상을 포함한 복지 부문 추경안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등 상임위 활동도 일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게 우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더민주는 국방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조만간 예결소위를 열어 추경안을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의 이 같은 대응은 추경안 심사를 올스톱할 경우 여당으로부터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데다 추후 ‘출구’를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민주 소속인 김현미 예결특위 위원장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더민주가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제도개선과 재정지원을 확충에 대해 약속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여·야·정 기구를 통해 마련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9월 초 정부가 제출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 사드대책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을 비롯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초선의원 6명이 오는 8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과 관련, 중국 측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이날 사드대책위 회의에서 “국익에 걸맞은 의원외교를 잘하고 오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중국 언론이 편집을 교묘히 하고 있어, 우리 정치인들이 굉장히 신중하게 발언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전략통 의원은 “강온 양면 전략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여당에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며 “지금은 어느 한쪽이 완승, 완패를 하는 게 아니라 타협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이 오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나서야 여야 협상에 물꼬가 트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