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겸직 여부 고민…여론 수렴후 25일께 결론 가능성
‘비대위원장직 겸직이냐 원내대표직 전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4·13 총선 패배 이후 당 수습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장고’에 돌입했다.
정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 참석한 이후 자신의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를 다시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로부터 당 지도부 공백 사태를 해결할 조언도 구하며 묘안을 짜내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오는 25일에는 당 소속 원내·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총선 패배 이후 당 수습책과 쇄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는 지난 17일 상임 전국위 및 전국위의 무산 배경과 20일 원내지도부·중진연석회의에서 제시된 조언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상대책위원회 및 혁신위원회 출범 무산에 따른 후속대책은 이때를 전후해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연석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는 ‘혁신형 비대위’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사실상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직의 분리를 요구했다.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중진도 이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내정한 비대위 구성을 원점으로 돌리는 동시에 앞으로 비대위원 인선에서도 손을 떼라는 얘기다.
친박계는 친박 성향의 전직 당 대표나 원로 가운데 비대위원장을 새로 찾는 안을 제시했다. 황우여·강재섭 전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정 원내대표에게 결정을 일임한다는 결론을 내려 또다시 공을 넘겼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중진들이 고민거리를 주셨다”며 친박계의 요구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문제는 친박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정치적으로 굴복했다는 비박계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진 의원들에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못할 이유가 뭐냐”며 내심 겸임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런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주장을 ‘당권 장악 시도’로 보는 비박계는 정 원내대표에게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진회의에서 친박계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내놨기 때문에 참조할 가치도 없다”면서 “친박계는 혁신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당권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내정된 비대위원에 친박계를 보강함으로써 계파 간 균형을 맞춘 뒤 전국위를 다시 소집해 비대위 추인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정 원내대표가 결론을 미룬 채 사태 추이를 좀 더 관망하면 상황이 정 원내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은 이미 제20대 당선인 총회와 지난 11일 중진회의에서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홍 사태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하는 마당에 친박계가 드러내놓고 이를 뒤집을 명분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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