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폭렌즈 70여개 부착…“고폭실험장서 고폭렌즈 성능 이미 검증”
북한이 9일 공개한 KN-08(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에 들어가는 ‘내폭형 기폭장치’ 추정 원구형 물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팻맨’보다 정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10일 핵분야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날 사진으로 공개한 원구형 물체에 대해 실물 또는 모형인지 정확한 판별은 어렵지만, 표면에 부착된 고폭렌즈 개수는 주목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름 60~70㎝인 이 원구형 물체에는 70여 개로 추정되는 고폭렌즈가 부착되어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내폭형 기폭장치는 32개의 고폭렌즈를 사용했다.
핵물질을 둘러싼 고폭렌즈 속의 고폭약이 터질 때 중앙의 플루토늄으로 충격파가 균일하게 전달돼야 한다. 폭발시 충격파가 한꺼번에 중앙으로 집중되어야만 고온·고압이 발생해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렌즈 형태로 제작된다.
고폭약을 넣은 고폭렌즈 제작 기술은 핵폭탄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히고 있다. 32개 고폭렌즈를 가진 초기 핵폭탄은 갈수록 40, 60, 72, 92개 고폭렌즈 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고폭렌즈 개수가 많아질수록 핵폭탄은 더 정교하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폭렌즈 수가 많으면 핵폭탄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원구형 물체가) 실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표면에 반짝이는 동그란 렌즈가 70여 개가 넘는데 상당히 정교한 기폭장치”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평양시 용덕동에서 실시한 120~140여 회에 이르는 고폭실험의 상당 부분을 고폭약을 넣은 고폭렌즈 폭발 테스트에 할애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 고폭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고폭렌즈 성능을 이미 검증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폭렌즈 폭발시험은 핵폭탄 소형화 기술을 측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폭실험에 따른 지상의 폭발구멍이 작아질수록 고폭렌즈에 넣는 고폭약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핵폭탄의 부피도 줄기 때문이다. 반대로 폭발구 크기가 크다는 것은 고폭약의 양이 많다는 것이고 따라서 핵폭탄도 크고 무겁다는 의미이다.
1989년 용덕동 고폭실험장의 폭발구 크기를 최초 포착했을 때는 폭발구 크기가 4m였지만, 2000년 초반에는 1.5m로 줄었다가 몇 년 전부터는 1m 이하로 줄어든 것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전문가는 “고폭실험장의 폭발구 크기가 줄어든 것은 핵폭탄 소형화 기술과 매우 연관성을 갖는다”면서 “북한은 핵폭탄 소형화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국방부는 북한이 ICB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폭탄을 소형화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핵보유국의 핵탄두 소형화 수준(탄두증량)을 보면 미국 110㎏, 중국 600㎏, 러시아 255㎏, 영국 350㎏, 인도 500㎏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