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통화로 북핵대응 물꼬…中 ‘강력한 제재’ 행동변화는 불투명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5일 통화는 시기적으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 수위를 계속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한중 정상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하는 국면에서 통화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 핵실험을 감행했으나, 과거 북핵실험 직후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중 정상간 전화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한달 가까이 한중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국 동맹 및 우방국으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 외교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채찍’을 들겠다는 쪽으로 태도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뒤따랐다.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 전략이 바뀌지 않았고, 시기적으로 북핵실험 직후 즉각 정상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정상이 이 시점에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전화통화로 의견교환을 했다는 점 자체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이번 통화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이어 지난 2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통보한 지 사흘만에 이뤄졌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방침에 대해 한반도의 안정 등을 이유로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주변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중국의 태도가 북한의 추가 도발 소식에 다소 변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이 지연되고 이 와중에 제재 대상인 북한이 추가 도발까지 나설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이전과 다른 행동에 나서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통화 자체는 중국측이 이날 오전 우리측에 연락을 해오면서 성사됐고, 시 주석의 국내 일정 등을 고려해 전화통화 타이밍은 이날 밤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북핵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전날 방북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해야 할 말은 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라고 말한 것도 양 정상간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제고시킨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 북한이 ‘마이웨이’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한중 정상간의 통화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 및 양자 제재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움직일 경우 대북 제재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강력한 유엔 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깨닫게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 박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도 “실효적인 결의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가 신속히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중 정상간 통화가 성사된 것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이번 통화가 바로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는 제재’로 나아가는 중국의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이 자국 정상 언급을 중심으로 공개키로 하면서 청와대는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일단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의 기본 입장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안정 및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도 이런 입장을 반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달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 이른바 중국의 ‘북핵 3원칙’을 거론하며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내부 절차를 거쳐 6일께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