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2선 후퇴’ 받아든 文, 분당 파고 넘길까

벼랑끝에서 ‘2선 후퇴’ 받아든 文, 분당 파고 넘길까

입력 2015-12-23 13:30
수정 2015-12-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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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로 권한 넘기고 대표 역할 축소 ‘고육지책’ 감수 연쇄탈당 등 위기속 결단…김한길 등 비주류 반응이 변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당의 분당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 속개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 속개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과 단합을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당내 공론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기 선대위 구상은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선대위가 지도부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중진과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마련된 위기 수습책이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진 않지만 공천을 비롯한 대부분 권한을 선대위로 넘기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명목상 대표직을 유지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문 대표는 인재영입과 야권통합 정도로 역할 공간이 대폭 축소된다.

문 대표가 그동안 대표직 사퇴 요구를 공천권을 노린 비주류의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혁신위가 마련한 ‘공천혁신안’ 이행을 명분으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해 왔음을 고려하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후속 탈당이 잇따르면서 당이 급속히 와해되는 위기상황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후속 탈당자는 5명에 불과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이자 호남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광주의 경우 8명의 의원 중 4명이 이미 당을 떠났고, 나머지 4명 중에서도 3명이 탈당을 기정사실화할 정도로 말 그대로 텃밭에서부터 붕괴에 직면해있다.

호남의 맹주로 불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을 공언하고 있어 전남 의원들의 후속 탈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

특히 비주류 수장격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 역시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까지 날린 것이 결정적인 결심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에 이어 수도권 전선까지 흔들린다면 당이 급속도로 와해되고 분당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문 대표로선 당의 분열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표직을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분열을 막기 위해 공천혁신안을 희생하더라도 중재안을 수용할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하면 내년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형성되고, 이는 접전지역인 수도권의 참패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도 문 대표의 운신의 폭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표가 조기선대위 제안을 수용한다고 해서 당의 분열상이 극적으로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조기선대위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가 결국 탈당을 결행한다면 조기선대위 제안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비주류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문 대표가 이날 공론을 모아달라고 말한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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