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선거구 협상 ‘허들’ 이유는…일각선 폐지론도

비례대표제, 선거구 협상 ‘허들’ 이유는…일각선 폐지론도

입력 2015-11-12 17:33
수정 2015-11-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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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전국구 이름 첫 도입 ’공천장사·계파지분’ 논란 계속

여야 선거구 획정 협상이 진통을 겪는 핵심 쟁점은 비례대표의 축소 문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이다. 두 사안은 맞물리고 연계돼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협상장 바깥에서는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의 숫자와 선출 방식의 변화를 둘러싼 입장차에는 각각 나름의 명분이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 반대를 주장하는 야당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소선거구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표 현상을 보완하고 직능별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막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자는 여당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공천을 준 계파 수장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의원직을 지역구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행태도 없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국구 의원이라는 이름으로 1963년 6대 총선에 첫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도입 초기 지역구 기반이 허약한 군부 출신 정치인이나 대통령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특히 다수당이 원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당시 제1당 득표율이 50%를 넘으면 전국구 의석(44석)의 3분의 2를 넘지 않는 선에서 득표율에 따라 배정하고, 득표율이 50% 미만이면 득표율에 관계없이 전국구 의석의 반을 할당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92년 14대 총선에서 지역구 5석 이상 또는 득표율 3% 이상 정당에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식으로 변경되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현재의 1인 2표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등 제도가 진화해왔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억대의 공천헌금이 오가는 등 이른바 ‘공천장사’가 비일비재했고, 당 대표나 계파 수장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며 계파확대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역구 의원 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로 비례대표 존속이 필요하다는 여러 주장들도 또한 병존해왔다.

이 처럼 여야 모두 비례대표 의원정수 축소 또는 폐지, 존속을 주장하는 나름의 명분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밥그릇’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번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여야간에 구체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접점찾기가 쉽지가 않다.

새정치연합은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면 국회선진화법에 더해 정상적 국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9대 총선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시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2석(4·11 총선결과 당시)에서 141석으로 줄어들면서 과반 의석이 붕괴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127석에서 117석으로 10석이 줄어들지만 영남권은 3석에서 19석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전통적으로 야당에 불리한 지역구도를 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 지지율이 미미해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의석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옛 통합진보당이 13석에서 34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어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볼 때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야권 전체 지지기반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선거구 획정 협상이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로 공전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이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개혁을 위해 의원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자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례대표제 폐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비례대표 공천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구태에 대한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여론의 냉담한 시선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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