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빈부격차·인종차별, 日 군위안부 ‘이중잣대’ 비판
북한당국이 최근 유엔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눈에는 눈’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미국의 빈부격차와 인종차별, 일본의 군위안부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양국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계속 조여가는 모양새다.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같은 인권문제로 맞불을 놓는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세계 최악의 인권 불모지 미국에는 미래가 없다’란 글에서 “1%의 특권 계층이 99%의 근로 인민 대중을 착취하는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한 사회”라며 “미국이야말로 인민 대중에게 초보적인 생존권마저 보장해줄 수 없는 세계 최악의 인권 불모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색 인종과 소수 민족이 국가로부터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는 인종주의국가”라며 “그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썩어빠진 사회제도 그 자체를 들어내지 않는 이상 극심한 인권 위기상황은 절대로 개선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5일 ‘미국은 인권에 대해 떠들 자격이 없다’란 글에서 미국의 실업과 노숙, 범죄 실태를 거론하며 “인권을 운운할 초보적인 자격도 갖추지 못한 미국이 제 주제에 다른 나라들의 인권에 대해 누구보다 목청을 돋우고 있어 만 사람의 조소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썼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중앙통신, 평양방송 등도 지난달부터 꾸준히 미국의 해외 파병과 군사력 행사, 미국 내에서의 총기사건 등을 지적하며 오히려 미국이 반인권과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특대형 인권유린 범죄’라며 비난 세례를 퍼붓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일본이 일제 강점 기간 20만여 명의 여성을 성노예화했다며 “일본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감행된 일본군 성노예 범죄는 여성의 존엄과 정조, 육체를 깡그리 유린한 시효 불적용의 극악한 특대형 인권유린 범죄”라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일본이 이 외에도 조선인 840만여 명 강제 연행, 100여만 명 학살, 창씨개명, 생체 실험과 같은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질렀으나 70년이 지나도록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핏대를 세웠다.
대변인은 “가장 잔악하고 추악한 범죄 행위는 가해자가 피해자들 중 어느 한 대방과만(상대방과만) 얼렁뚱땅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체 조선 민족이 당한 피해를 전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종국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조선 인민에게 저지른 모든 특대형 반인륜 범죄와 피해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전체 조선 민족이 납득할 수 있게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2일에는 ‘과거 죄악을 왜 부인하는가’란 사설에서 “일본이 역사적 교훈을 성실히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처럼 죄많은 과거를 미화 분식하면서 군국화, 재침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파멸 밖에 차례질 것이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8일 “북한은 체제 특성상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것과 관련이 있는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같다”면서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이중잣대’를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중순 북한 인권문제와 최고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긴다는 내용의 인권결의안 초안을 작성하는 등 유엔 무대에서 인권 문제를 고리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결의안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회원국 대상 설명과 표결 등을 거쳐 12월 유엔 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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