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발사장 아직 발사준비 징후 없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고 당국 간 대화채널이 복원될 것으로 기대되나, 남북관계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가장 큰 변수는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북한이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다.
한 대북 전문가는 27일 “현재 가장 큰 돌발 변수는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이라면서 “(10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가 한창일 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상봉 행사 자체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근거해 차분하게 남북관계를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당국회담 개최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하나하나 쌓아가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남북관계에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광복 직후 김일성 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공산당 서북 5도 당 책임자 및 열성자대회가 열린 1945년 10월 10일을 노동당 창건일로 기념해 왔다.
특히 올해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만큼 행사장인 평양 미림비행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했던 이달 20∼25일에는 ‘준전시상태’ 선포에도 열병식 준비 때문에 휴전선 일대 북한군이 전투 준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 내부의 증·개축 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구체적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달 21일과 이달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발사장 내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아직 발사준비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은 통상 발사일 3주 전부터 감지된다는 점에서 9월 중순부터는 장거리 로켓 발사대가 위치한 북한 동창리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금껏 인공위성을 빌미로 수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왔다.
지난 2009년 4월 5일 대포동 2호(은하 2호) 로켓으로 ‘광명성 2호’를 쏘아 올렸으나 3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2012년 4월 13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주년을 맞아 발사된 ‘광명성 3호’는 발사 직후 폭발 사고로 대기권조차 벗어나지 못한 채 바다로 추락했다.
특히 광명성 3호는 그해 2월 29일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과 미국의 대북 식량(영양)지원을 골자로 한 베이징 2·29 북미합의가 체결되고 한 달 반만에 발사됐다.
당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도 유예한다고 미국과 약속했지만,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사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따라서 지난 25일 판문점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로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 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도 자체 계획에 따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DMZ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까지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