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화해·통합 위해 수고”, 文 “걱정 안하게 잘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이번 예방은 신임 지도부로서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동교동’이 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을 상징하는 만큼 ‘친노’에 거부감을 가진 호남 민심 끌어안기로 해석되고 있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 여사가 문재인 대표와 경쟁을 벌인 박지원 의원의 선거 캠프를 직접 방문하는 등 공개 지지했던 터라 박 의원에 대한 우회적인 화해·협력의 손짓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 여사를 예방했다. 애초 신임 지도부는 전당대회 다음날인 9일 이 여사를 예방하려 했으나 이 여사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날짜를 연기했다.
지도부 일행을 맞은 이 여사는 문 대표에게 “정말 책임이 중요하다”며 “말씀하신 대로 화해와 통합을 위해 앞으로 많이 수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표는 이에 “그런 문제로 여사님이 걱정 안 하시도록 제가 잘 하겠다”고 약속한 뒤 “최고위원들과 함께 인사부터 대화합 인사로 다 의논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문 대표는 이날 추가 인선을 통해 탕평 인사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표는 당 사무총장에 충남 천안이 지역구인 3선의 양승조 의원, 당 정책위의장에는 광주가 지역구인 3선의 강기정 의원, 수석대변인 자리엔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재선의 김영록 의원을 각 임명했다.
지난 9일 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에 수도권 출신 비(非) 친노 인사들인 김현미·유은혜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충청·호남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한 것이다.
특히 당 대표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김영록 의원을 대표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한 것은 박 의원을 배려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의 당권 확보 실패로 ‘호남 소외론’이 다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렸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친박’ 인사 등용에 박 의원의 의중을 담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문 대표는 지난 9일 박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는 박 의원을 직접 만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문 대표는 조만간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