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20년 소요재원 96조원’ 확보 차질 불가피”전력증강계획 통째로 바꿔야할 판” vs “과다편성 軍관행 때문”
요즘 국방부의 정책·전력기획 담당부서와 충남 계룡대의 육·해·공군 기획참모부서 사무실은 밤늦도록 전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5년 단위 국방중기계획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부서에서 근무하는 요원 중에는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방위사업청이 맡던 국방중기계획 작성 업무가 올해부터 국방부로 이관되면서 계룡대까지 연쇄적으로 파문이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부서는 내년부터 5년간 군에 필요한 전력증강사업을 기획하고 있지만 이 기간 군이 요구하는 재원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8일 전했다.
국방부와 국회 등의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의 방위력개선에 소요되는 재원은 9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5∼2019년 국방중기계획’ 재원 72조8천억원보다 23조2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군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능력과 정밀화되는 미사일 능력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첨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방위력개선 사업비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방위력개선 분야 예산은 66조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이 요구하는 재원보다 30조원이 낮은 규모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기조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방위력개선 분야 예산은 더 줄이면 줄였지 증액은 불가하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예산부처의 이런 기조를 반영해 전력증강계획을 수립하도록 국방부와 육·해·공군에 지시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최소 66조원 안팎에서 5년간 전력증강계획을 수립하라는 각오를 가지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차기 다련장, 차기 전투기, 한국형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 사업 등 대형 무기획득사업에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조정하면서 일부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킬 체인과 KAMD 구축을 위한 예산만 16조5천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8일 “앞으로 5년간 국방중기계획의 방위력개선사업이 전체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긴요한 사업에 재원을 우선 배분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는 운영유지비 예산을 줄여서 방위력개선사업으로 전환하는 대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런 기조가 계룡대로 전파되자 육·해·공군 기획참모부 관계자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각 군이 자발적으로 사업 우선순위를 미리 조정하는 등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허망한 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 작성을 놓고 각 군과의 혼선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 육·해·공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하는 정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5년간 국방중기계획 소요 재원 확보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 데 대해서는 원인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평균 8.8%에 달하던 국방비 증가율이 이명박 정부 기간 평균 5.3%로 떨어졌고, 올해 증가율도 5.3%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가 연 7.2% 증가율을 희망하지만, 5%대 증가율에 그치면서 이미 차기 전투기 등 49개 사업의 전력화 시기가 늦춰졌고, K-2 전차 등 28개 전력사업의 물량이 축소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무기획득사업 연기가 아니라 우리의 전력증강계획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심각한 안보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군이 국방중기계획 소요 재원을 판단하면서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삭감을 예측하고 과다하게 재원을 책정하는 관행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업추진기본전략 등 선행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까지 반영하거나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별 협상 및 계약 결과를 반영하는 관행을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