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北, 본선 탈락에도 연일 녹화중계 열기

<월드컵2014> 北, 본선 탈락에도 연일 녹화중계 열기

입력 2014-06-17 00:00
수정 2014-06-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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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골입니다. 9번 스터리지 선수가 반대쪽으로 돌입하다가 불의(불시)에 빠른 속도로 돌진해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잉글랜드팀의 대니얼 스터리지 선수가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자 북한 조선중앙TV 축구해설원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선중앙TV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를 16일 오후 8시 42분부터 9시 32분까지 50분간 편집해 녹화중계했다.

북한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월드컵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던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에 못지않다.

중앙TV는 지난 14일 오후 ‘8시 보도’(뉴스) 시간에 브라질에서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소식을 영상과 함께 내보냈으며 이어서 오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가량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첫 경기를 녹화중계했다.

중앙TV는 또 일요일인 15일에는 오후 2시 10분부터 1시간 정도 칠레와 호주 간 경기를,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40분까지는 멕시코 대 카메룬 경기와 스페인 대 네덜란드 경기를 각각 방영했다.

북한 주민들이 월드컵 경기를 TV를 통해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과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2012년 7월 합의에 따라 남아공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는 주요 경기를 사실상 ‘해적방송’으로 봐야 했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TV가 한국의 지상파 방송을 다시 중계받아 경기장면을 내보낸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는 ‘마음 놓고’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의 지상파 방송이 송출한 영상을 재편집하는 방식으로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녹화중계했다.

북한 TV가 내보낸 축구경기 영상을 보면 한국의 지상파 영상 왼쪽 위에 있던 스코어보드 부분은 모자이크로 처리하고, 오른쪽 위에는 자체로 제작한 스코어보드를 배치해 한국 방송사 로고를 가린 것이 눈에 띈다.

북한 TV는 또 매 경기 중계 때마다 김철웅, 리기철 등 ‘축구전문가’를 영입해 축구경기 해설을 곁들었다.

북한이 이처럼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신속하게 중계하는 것은 축구에 대한 북한 주민과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무관치 않다.

축구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특히 북한 당국은 김정은 체제 들어 국제축구학교를 신설하고 축구장들을 리모델링하는 등 축구 발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성공 개최 기원 기념촬영’행사장에 깜짝 등장한 북한의 리동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출전 여부를 떠나 월드컵에는 누구나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축구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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