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만났어도”…가슴치는 이산상봉 포기자들

“작년에만 만났어도”…가슴치는 이산상봉 포기자들

입력 2014-02-07 00:00
수정 2014-02-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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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확정 남측 대상자 중 11명, 건강악화나 사망으로 상봉 못해

“작년 가을에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괜찮으셨는데…참 착잡합니다.”

이달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였지만 건강이 나빠져 상봉을 포기한 허경옥(86) 할머니의 아들 홍순호(64·서울 통인동)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거운 심경을 토로했다. 허 할머니는 원래 북한에 있는 여동생 두 명을 만날 예정이었다.

60년 넘게 기다려온 혈육과의 만남을 눈앞에서 포기하며 가슴을 친 사람은 허 할머니만이 아니다.

정부가 6일 북측에 통보한 남측 상봉자 명단에는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 추진 당시 확정됐던 96명 가운데 11명이 빠진 85명만 올랐다.

지난 4개월 사이 2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9명은 건강악화 등으로 이번 상봉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북측 상봉자도 지난해 100명에서 95명으로 5명이 줄었다.

홍 씨는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고 나서 어머니가 신경을 많이 쓰고 하다 보니 기력이 약해졌다”라며 “몸이 불편하고 힘이 들어 금강산까지 가서 만날 엄두가 안 난다고 하신다”라고 설명했다.

홍 씨는 “마음이야 기를 쓰고라도 가야겠는데 몸이 아프니 허탈해 하신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월이 너무 흘러 담담한 면도 있고 만나고 나면 더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상봉 포기 이산가족의 딸은 “아버지가 최근에 허리를 다쳐서 수술까지 받아 못 가게 됐다”라며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갈 수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대다수가 고령자이다 보니 이처럼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숨지는 경우가 많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이산가족들에게 금강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2박3일씩 머무르는 상봉 일정은 큰 부담일 수 있다.

이번에 최종 상봉 대상자 명단에 오른 85명 가운데서도 앞으로 남은 2주 사이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봐 마음을 졸이는 사람도 여럿이다.

북한에 있는 동생 한 명을 만날 예정인 한정화(88·부산시 동래구) 할머니는 “간다고 하긴 했는데 머리도 아프고 움직이기도 어려워서 걱정”이라며 “이제 내가 아흔 살이라 이번에 못 만나면 다시는 못 보는 것인데 아파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북녘의 여동생 두 명을 만나기로 돼 있는 이오환(85) 할머니의 아들 조의용(65·서울 신림동)씨는 “어머니가 귀도 잘 안 들리고 다리에도 기운이 없어 휠체어에 모시고 함께 가기로 했다”라며 “어머니가 ‘기어서라도 가서 동생들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고 하시니 무조건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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