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위까지 대남 비난…남북관계 경색 계속될 듯

北 국방위까지 대남 비난…남북관계 경색 계속될 듯

입력 2013-10-04 00:00
수정 2013-10-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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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대북인식에 반발해 비난 수위 높여

북한이 4일 국방위원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고 ‘핵 병진 노선’을 공개적으로 다시 천명함에 따라 남북관계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이 성명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일단 남한의 최고 지도자인 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북인식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정부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면담에서는 “북한은 핵과 경제발전을 병진할 수 있다는 것이 착각이고,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지난달 25일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안을 결정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계획의 주요방향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날 국방위 정책국 성명이 “우리 군대와 인민은 핵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굳게 틀어쥐고 변함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의 최근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성명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기본 입장을 담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최고의 정책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냉각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반응이 최근 강화되는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강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권 인수 연기,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등 미국과 군사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미국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등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핵무력 병진노선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온 북한이 이를 다시 명시적인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조율을 통해 핵무력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던 북한이 동북아 정세 변화를 감안해 중국과 협의를 거쳐 다시 병진노선을 강조하는 상황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일 동맹 대 북중러 동맹의 신냉전구조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착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남쪽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냉각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다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위 정책국 성명은 현재의 국면을 “한반도에 가까스로 마련돼가고 있던 대화분위기가 대결상태로, 평화적 환경이 다시 긴장국면으로 바뀌고 있는 엄중한 사태”로 규정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 대해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더 이상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 당분간 당국간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간 대화 분위기로 북미관계 돌파구를 열려고 했는데 이것이 안 되니까 다시 핵무력을 강조해 미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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