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가동 가능성도 의문…성공시 전력난 완화·핵물질 생산기반 확보
북한이 이르면 내년 초 영변에 경수로 발전소를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북한은 영변에 기존의 흑연감속로 외에 100㎿ 규모의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관련 웹사이트인 ‘38노스’는 1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이 경수로 건설 작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올해 중반 시험 가동을 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완전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실제로 실험용 경수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북한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수로라는 첨단 전력생산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되고 김정은 체제에는 내부적으로 민심을 장악하는 업적을 새로 추가하는 셈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3월 31일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자립적 핵동력공업 발전 및 경수로 개발 사업 추진을 명시한 바 있다.
경수로의 전력생산능력이 크지는 않아 전력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실험용을 넘어선 상업용 경수로 건설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전력증산의 토대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내적인 의미보다 대외적 메시지가 더 크다.
우선 경수로를 가동하려면 핵연료봉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 농축 능력을 과시하게 된다.
경수로 발전소도 폐연료봉에서 순도가 높은 플루토늄의 추출이 가능한 만큼 전력생산보다 핵무기 원료 생산에 주력하면 핵폭탄을 만들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수로 기술은 이제 오래된 기술이라 북한이 실험용 경수로를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전용 시 북한의 핵 능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점은 국제사회의 큰 우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의 경수로 가동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단 북한의 내년 상반기 가동을 예상케 한 위성사진이라는 것이 평면적이어서 북한의 경수로 건설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2일 정례브리핑에서 “경수로에 대해서는 이것이 경수로인지 또 다른 원자로인지는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가동하더라도 흑연감속로와는 달리 피복제 등이 필요한 경수로용 핵연료를 만들었을지 의문이고 기술 수준이 떨어져 경수로의 안전한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변 핵시설을 직접 봤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지난 2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경수로를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가동 중인 경수로도 직접 관찰하고 해야 하는데 북한은 고립되어 있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는 “북한이 경수로 발전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가동에는 의심을 갖게 한다”며 “연구용 정도의 작은 규모이어서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러 난제에도 북한이 원자력 발전소에 집착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주석 때인 1955년 북한은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설치했고 1965년에는 영변에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구소련에서 도입했으며 1979년에는 5㎿ 원자로를 자체기술로 개발해 1985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때에도 김 주석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효율이 높은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세계적인 매장량을 자랑하는 천연 우라늄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1994년 1차 핵위기를 매듭짓는 북미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비핵화의 대가로 경수로 제공을 명시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한미일과 유럽연합(EU)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출범시키고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100만㎾급 원자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대북 경수로 제공사업은 1997년 8월 착공식을 했고 부지조성사업을 마무리하고 2002년 9월에는 원자로 제2호기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갖는 등 공사가 지속하면서 터빈, 발전기 등 핵심부품 제공을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의혹을 제기하고 2003년 12월 공사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의 경수로 발전소 확보의 꿈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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