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靑, 원안고수 속 정부조직법 통과 ‘읍소’

다급해진 靑, 원안고수 속 정부조직법 통과 ‘읍소’

입력 2013-03-01 00:00
수정 2013-03-01 15: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호소이자 야당에 대한 강한 압박’…방송기능 이관 원안고수해 野대처 주목

청와대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국회에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호소한 것은 5일로 마감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빚어질 국정공백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사실상 ‘읍소’했다.

김 대변인은 “간곡하게 호소드리는 바다”, “화끈하게 한 번 꼭 좀 도와주십시오”,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애국심에 찬 큰 결단을 한 번 꼭 좀 해달라” 등 절박감을 담은 용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간곡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야당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과 상의하며 국정을 수행하겠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혹여 정치권, 특히 야당에게 다소 예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 점은 앞으로 보완해나가겠다” 등으로 한껏 낮은 자세를 취했다.

출범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새 정부 청와대가 이처럼 간곡한 호소에 나선 것은 정부조직법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가 5일로 끝나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날은 4, 5일 불과 이틀 뿐이어서 5일까지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후 국회 일정은 기약이 없다.

그럴 경우 안보ㆍ경제 위기 속에서 자칫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장기 표류하고 내각 구성이 한없이 지연되면서 국정공백이 가시화하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정치력 부재에 따가운 비판이 쏟아질 것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대선 기간과 인수위 시절 공약한 정책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관 내정자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완료됐지만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부처의 명칭과 기능이 바뀌기 때문에 임명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은 대통령과 얘기를 한 다음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전체적인 뜻이고 또 현재 분위기이다”라며 호소문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4주년 3ㆍ1절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방송진흥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이라는 원안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에 완강히 저항하는 민주통합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 조직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의 좋은 일자리 수만개 만들기 방안, 경제를 살릴 성장동력 창출방안,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 이관시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민주당도 지난해 총선과 대선 당시 지금 미래창조과학부의 취지와 똑같은 ICT 전담부서 신설을 통해 ICT를 전부 모으겠다고 수차례 대국민 약속을 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날 호소는 단순한 호소를 넘어 야당에 대한 압박의 성격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 조직을 온전하게 가동할 수가 없어서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상태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주장하는대로 하면 미래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등의 김 대변인의 언급은 어떤 식으로든 야당에도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가 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폐회하면 야당도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론에서 온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