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갈등기류 고려…북미대화 ‘포석’ 해석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하루 전인 11일 중국과 미국, 러시아에 핵실험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북한은 1, 2차 핵실험 전에도 중국 등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주변국 통보가 예전보다 훨씬 빨랐다.
북한의 과거 핵실험과 관련한 내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할 때 20분 전에야 중국에 통보했다. 중국은 이런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 전달했다.
반면 러시아는 핵실험 2시간 전에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핵실험을 사전에 알았는지 사후에 알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했고, 중국 내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에 임박해서 중국에 통보했다는 점을 놓고 “중국까지 속였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중국 지도부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북한의 첫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일부 의원들이 “북한이 러시아에 핵실험을 통보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해 러시아에 대한 사전 통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실험 때도 핵실험이 임박해서야 중국과 미국에 통보했다. 중국에는 29분 전, 미국에는 24분 전에 각각 알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에 여유를 두고 하루 전에 통보했다.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은 12일 “어제(11일) 저녁 북한이 미국, 중국, 러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연락받았다”고 밝혔고, 워싱턴 현지 고위소식통 역시 북한이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에 핵실험 방침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난 11일 미국에 “가까운 시일 안에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통지했고, 미국은 이같은 사실을 곧바로 일본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1, 2차 핵실험 때보다 일찍 주변국에 핵실험 계획을 통보한 것은 우선 최근 중국과의 냉각된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은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한 것을 놓고 미묘한 갈등기류가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통보는 앞으로 대화 국면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미관계가 한동안 얼어붙겠지만 냉각기가 지나면 다시 북미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과 미국에 핵실험을 사전 통보한 것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위성이나 지진파 분석 등을 통한 핵실험 탐지기술이 발달해 일정규모 이상의 모든 핵실험이 외부에 알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해관계가 얽힌 몇몇 국가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