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재벌붕괴가 아니라 ‘규제’가 중요”

제프리 삭스 “재벌붕괴가 아니라 ‘규제’가 중요”

입력 2012-10-18 00:00
수정 2012-10-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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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18일 경제민주화의 각론인 재벌개혁과 관련, “재벌을 붕괴시키는 게 아니라 규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이날 새누리당 전ㆍ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초청으로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기술혁신, 세계화 등의 측면에서 가장 선도적인 제도이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직으로 세계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므로 한국에 삼성 등 대기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재벌이 돈과 힘을 갖고 한국의 정치를 장악한다면 시장을 장악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정치민주주의와 경제 이해관계를 분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운동에 앞장섰으며 금융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삭스 교수는 금융시장,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실패로 인한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를 거론하면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하는 경제를 구축하려면 규제가 잘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시장, 기업은 스스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또 한국이 세수 목표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세수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성숙 경제에 돌입했고 빠른 속도로 노화되고 있어 예산전략에 대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한국은 생존의 능력까지도 위협받고 있어 이에 대한 지출이 필요하다. 인구변화 등을 고려해 20년을 앞서보며 세수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기반을 흔들지 않고 어떻게 세수를 높일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부가세, 원천징수세 등의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삭스 교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경제 개발, 사회 포용,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꼽은 뒤 “사회 포용 문제를 볼 때 한국도 경제 불균형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돈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활용해 경제시스템을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모범 사례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거론, “‘큰 정부’가 매우 큰 사회복지망을 갖고 많은 세금을 쏟아붓지만 고소득 생활을 한다. 경제력이 부강한 데 빈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들 국가의 재정정책 때문”이라며 정부의 ‘부의 배분’ 기능의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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