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경비대 출입문도 노크했으나 ‘무반응’귀순 시간대 소초 CCTV 녹화안돼..합참상황장교 수정보고 받고도 확인안해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소초로 지난 2일 귀순한 북한군의 신병을 확보한 전후로 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11일 오후 긴급히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북한군 귀순자가 처음에 동해선 경비대의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자 다른 소초로 이동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도 ‘노크’ = 정승조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방위사업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보고에서 “귀순자가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30m 떨어진 내륙 1소초로 이동해 출입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동해선 경비대는 남북관리구역 동해지구 출입관리소(CIQ)를 경비하는 부대이다. 경비대는 2층 건물로 20~3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귀순자가 문을 두드렸을 당시) 경비대 안에 사람이 있었지만, 귀순자는 2층 경비대 건물의 1층 현관문을 두드렸다”면서 “(경비대 건물이 노크 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주(해병소장)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은 “동해선 경비대는 주간에 경비를 서고 야간에는 쉬는 부대로 오후 10시 이후 어간에 취침한다”면서 “불침번 당번이 건물 내를 확인하러 다니다가 (북한군 귀순자가)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병사 귀순 소초 CCTV 녹화안돼 ‘의혹’ = 북한군 병사가 귀순의사를 표시하며 1소초 문을 두드릴 당시 해당 소초에 설치된 CCTV 녹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소초 출입문 상단의 소형 CCTV는 평상시 총기사고와 탄약 분실을 막도록 소초원들이 탄약을 지급받고 반납하는 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오후 7시30분부터 3일 오전 1시 사이 소초 출입문에 설치된 소형 CCTV가 작동은 했으나 기술적인 오류 때문에 녹화되지 않았다”면서 “이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적이 자주 있었다”고 밝혔다.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시간은 북한군 병사가 북측 철조망을 통과해 우리 측 철책을 타고 넘어 소초까지 이동한 시간과 겹친다.
이 때문에 군이 귀순 과정에서의 경계근무 소홀 등을 은폐하기 위해 CCTV를 고의로 지웠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상급부대에서 CCTV 녹화 장치를 확인한 결과 고의로 삭제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녹화 내용 삭제를 시도할 경우 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초에는 철책과 소초 외곽을 경계하는 경계용 CCTV는 설치되지 않았다.
◇최초보고 후 수정보고, 상황전파 누락 = 북한군 병사를 CCTV로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는 부소초장(부사관)이 추정해서 대대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사건 당시 부소초장이 순찰을 하다가 귀순 현장으로 왔다”면서 “그는 당시 옆에 있던 대대장에게 추정해서 CCTV로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으며, 대대장은 소초 상황실에서 사단장에게 CCTV로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는 CCTV로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를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라고 정정해 다음날 합참에 보고했으나 합참상황실 근무자의 오판으로 상부에 이런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1군사령부 상황장교는 지난 3일 오후 5시7분께 합참 상황장교(영관장교)에게 “(최초 보고) 경위가 바뀌어서 자료를 보내니 열람하라”고 전화로 통보했다.
그러나 합참 상황장교는 북한군 귀순자의 신병이 당일 오전 10시 중앙합동심문조로 넘어갔으니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 바뀐 보고 자료를 열람하지 않았고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결국 이런 사실을 확인하는 보고를 10일 오전 11시30분에야 받았다.
◇긴급 전군작전지휘관 회의 개최 = 정 의장은 이날 방사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북한군 귀순자와 관련, “지난 국감 때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해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의 현장 검열 결과를 토대로 경계태세 보완 등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5시30분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화상회의)를 주관, 작전지휘관들의 정신 결의를 다지고 경계시스템 보강 방안을 긴급 논의했다.
◇귀순 북한군 병사 이동 경로 = 북한군 병사는 지난 9월29일 오전 4시께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북쪽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이탈, 지난 2일 오후 8시께 북측 철책지역에 도착했다.
그는 밤 10시30분에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우리측 철책에 도착했고,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철책을 넘었다. 이 병사가 어떤 지점의 철책을 넘었는지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장 160cm, 몸무게 50㎏인 북한군 병사는 우리 군 Y형 철책과 상단부 윤형 철조망(전체 높이 4m)을 4분만에 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에서는 유사한 체형의 사람을 동원해 실험을 했는데 통과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160cm, 50㎏의 사람이 철조망을 4분이면 넘는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혼자서 타고 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병사는 2일 오후 11시10분께 내륙 1소초에 도착했고, 우리 군은 11시19분에 1소초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당시 1소초는 자체 병력 부족으로 외부 경계 인원은 없었으며 북한군 병사가 노크할 때 소대장과 전투분대장, 병사 등 3명이 뛰어나가 신병을 확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