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단일화 대비ㆍ당심 얻기 포석..참여정부와 차별화 주목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내세워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비하고 당심(黨心)을 다독이는 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문 후보는 지난 16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5가지 과제 중 ‘새로운 정치’를 4번째로 제시하면서 책임총리제와 정당책임정치 실현을 약속했다.
책임총리제란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대통령이 장관 임면의 전권을 행사해왔지만 문 후보가 당선되면 헌법 규정대로 총리가 국무총리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행사토록 해 총리가 개각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 후보는 공동정부 구상을 밝히며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상태다. 따라서 책임총리제 도입 방침까지 밝힌 것은 안 원장이 총리를 맡을 경우 장관 제청권 행사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책임총리제가 문 후보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지,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후덕 후보 비서실장은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한 정치적 견해와 철학을 원론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책임정치를 언급한 것은 당내에 존재하는 일부 ‘반노(反盧)’ 정서를 완화하고 당심을 문 후보로 모으기 위한 화합의 카드로도 해석된다.
정당책임정치는 당이 청와대의 뜻을 입법화하는 ‘통법부’의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대정부 관계에서 정책을 주도하고 정부를 끌고가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런 흐름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등 당 인사가 각료로 진출하는 길을 이전보다 훨씬 더 넓히겠다는 의지까지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목희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정관계를 밀접히 하고 당이 정부를 견인하고 끌고가는 것이 옳다는 문 후보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경선과정에서 당원들이 가졌을지도 모를 서운함을 해소하자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특정세력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인사를 강조한 부분 역시 참여정부 때 ‘호남홀대론’이 제기된 것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여겨진다.
문 후보의 책임총리제와 정당책임정치 구상은 참여정부의 잘한 부분을 계승하되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는 형태로 공과를 모두 안고가겠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책임총리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공약이었으며, 실제로 이해찬 대표가 총리를 맡았을 때 일상적 국정운영을 총리가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된 바 있다.
반면 정당책임정치는 참여정부 기조와 정반대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을 지배해온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정분리를 국정운영의 철학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당청 간 갈등을 빚고 불협화음을 내는 요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