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수해지원 ‘퍼즐 맞추기’

정부, 대북 수해지원 ‘퍼즐 맞추기’

입력 2012-09-11 00:00
수정 2012-09-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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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해지원 협의 ‘비대면 접촉’ 요구… 쌀ㆍ시멘트 지원이 관건

대북 수해제의가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어려운 방정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 정부의 지난 3일 수해지원 제의에 북측이 일주일만인 10일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측이 수해지원 제의에 원칙적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품목ㆍ수량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식량과 복구 자재ㆍ장비 지원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한다. 구체적으로 쌀과 시멘트, 중장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품목과 수량을 우리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수해지원 협의를 위해 대면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문서 등으로 교환하자면서 ‘비대면(非對面)’ 접촉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해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측이 원칙적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앞으로 품목과 수량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고 자칫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대북 수해지원이 무산된 사례가 있다. 정부는 생필품과 의약품 위주로 50억원 상당의 지원을 추진했지만 북측은 식량과 시멘트, 복구 장비 등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결국 수해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복잡한 방정식”이라는 말로 현 상황을 표현했다.

우리 정부가 식량의 하나로 밀가루를 지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수해지원 핵심 품목도 밀가루다.

그러나 밀가루만으로 북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쌀과 시멘트, 중장비 지원에 대해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다. 쌀과 시멘트는 정부가 2010년 북측에 수해지원 물품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당시 쌀 5천t과 시멘트 3천t, 컵라면 300만개를 지원했다. 시멘트 총 1만t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나머지 7천t에 대한 지원은 중단했다.

이 같은 전례에도 쌀과 시멘트는 전용 가능성 때문에 상당한 내부 논란과 전략적 판단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일이 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지원 품목에 쌀과 시멘트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쌀과 밀가루를 지원해도 인도적 수준 이상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인도적 수준의 한도를 5만t 또는 10만t 이내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굴착기 등을 포함한 중장비는 수해 복구 이후 군시설 건설 등에 지속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커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북 수해지원용 품목과 수량은 주무장관인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정부 내에서 얼마만큼의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급성을 요하는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힌 류 장관이 정부 내부의 반대 또는 보수적 기류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수해지원 성사 여부는 물론 5개월 남짓 남은 현 정부 내 남북관계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대북 수해지원 품목ㆍ수량에 대한 내부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해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이른 시일 내에 통지문 등을 통한 북측과 추가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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