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전쟁’에 파행 빚은 민주 첫 주말 경선

‘룰 전쟁’에 파행 빚은 민주 첫 주말 경선

입력 2012-08-26 00:00
수정 2012-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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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선 개회 선언도 못해

민주통합당이 야심 차게 시작한 첫 주말 순회경선이 ‘룰의 전쟁’으로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전체 경선판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비문(非文ㆍ비문재인) 후보들의 보이콧 움직임으로 울산경선이 좌초위기에 놓이는 등 순회경선이 초반부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 것이다.

민주당은 제주ㆍ울산 경선의 흥행이 전체 경선의 흥행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심혈을 기울였으나, ‘룰의 전쟁’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주말 2연전은 지난 25일 제주에서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껏 고무되는 분위기였다. 각 캠프 측에서는 잔뜩 기대를 품으며 저마다 승리나 선전을 자신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제주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비문 후보 측 분위기는 급랭했다.

일부 후보 측은 경선이 끝나자마자 격분하며 곧바로 모바일 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다른 후보 측에서도 동의를 보내면서 26일 새벽까지 비문 후보 측 참모진 간의 긴급 회동이 이뤄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다.

그러자 지도부는 당일 저녁과 26일 오전 제주 현지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도부는 각 캠프 측 대리인을 불러 선관위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손학규 김두관 캠프 측에서는 참석을 거부했다.

비문 후보 캠프는 26일 오전 각각 대책회의를 열어 서로 유사한 요구안을 마련하고, 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울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했다.

요구안은 후보를 거명하는 안내 메시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후보 번호를 찍은 뒤 전화를 끊어 기권으로 처리된 선거인단을 상대로 재투표를 실시하고, 모바일 투표 호명 방식을 후보 기호순에서 로테이션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후보는 오후 1시 40분께 제일 먼저 경선 행사장인 울산 종하체육관에 도착해 경선이 정상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낳았다. 정 후보는 이원욱 의원 등 현역의원들과 함께 입장해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정 후보는 “근본적으로 나쁜 의도로 그랬다 생각하지 않지만 제주 경선은 잘못된 것으로, 권리당원ㆍ제주ㆍ울산 투표는 소급해 시정돼야 한다”면서 “지도부와 선관위가 공개적으로 시정하겠다고 약속을 한 뒤 합동연설회가 진행되는 게 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도부는 비문 후보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으나, 정 후보가 권리당원이 재투표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반발하며 행사장을 떠나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에 오후께 울산에 도착해 행사장 근처에서 머물던 손학규 후보가 불참 의사를 밝히고 김두관 후보도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아, 애초 오후 2시께 시작할 예정인 경선이 2시간 가까이 개회도 선언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행사장 정문을 통과해 들어오자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욕설이 섞인 야유를 퍼부었고, 지도부는 황급히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지도부가 새누리당이 후보를 추대한다고 비판하더니 문재인을 추대하려 한다”고 소리높여 외치고, “이럴 거면 뭐 하려고 행사를 개최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에 비문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재투표 실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울산 경선에서는 캠프 간 응원전도 실종됐다. 예정된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문재인 정세균 캠프 측 자원봉사자들만 단체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 밖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제주 경선에서 각 캠프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안무를 펼치고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등 치열한 장외 대결을 펼친 것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한편 한 참가자가 2미터 높이의 관람석에서 난간에 걸려 체육관 바닥으로 떨어져 의식을 잃은 뒤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해 주최 측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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