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입력 2012-07-21 00:00
수정 201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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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 잔] ‘서초동 0.917’ 대표집필자 김희균

“모르는 사람에게 법은 건조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법 밑에 살지만,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아는 사람만을 위한 법, 그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거침없다. 마구 지른다. 이렇게 패대기쳐도 괜찮을까. 판·검사를 난도질해도 후환은 없을까.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혁,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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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부의 숨겨진 빙산 91.7% 깨부수자”

‘서초동 0.917’(책과함께 펴냄)은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부 교수 4명이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법조계를 겨냥해 쓴 책이다. 부제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 의미하듯 최종 목적지는 사법개혁이다.

책을 대표집필한 김희균(46)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교육·정치제도 아래에 빙산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사법에 전관예우의 잘못이 있으면 정치, 교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0년 이상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그 근저에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아래에 감춰진 0.917을 깨부수자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심층인터뷰와 세미나를 거쳤다고 한다. 취재도, 토론도 격렬히 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적절한 비유, 콕 집는 사례가 많다.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고발이자, 훈계이자,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이런 식이다. 판사 항목의 2부에 나오는 한 대목. 밥이나 술자리의 자리배열이 엄격한 법조계에서 “판사가 무조건 상석이다. 그다음 검사, 그다음 교수, 그다음 변호사, 그다음 회사원인데(중략) 가끔 방송국PD라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얘들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상석에 앉았다가 나중에 말석으로 슬슬 내려온다”, “그런데 몇몇 상석은 자리를 파할 때 비상식적인 결론을 유도해서 문제다. ‘참 오늘 돈은 누가 내지?’ 자기가 제일 많이 떠들어 놓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낼 때 이 점에서부터 무언가 비리가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부의 검사 항목에서도 가차 없다. “자칫 정치적 파장이 생길 만한 사건이 닥쳐오면 사건 자체를 보기보다 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정치인 사건이 배당되면 1년도 더 남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기업인 관련 사건이 배당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걱정한다. 이게 바로 검사들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냥 ‘법대로 처리하세요!’”

●법원·검·경·변호사 향한 고발 및 훈계

김 교수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특정 기관을 꼬집을 의도로 쓴 건 아니라고. “사법제도 전반이 잘못 굴러가고 있고 각자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차원입니다. 대검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원행정처가 무소불위가 되고 있으니, 자기 위치에 서서 돌아보면 좋겠다. 바깥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12월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출판인 만큼 타깃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읽어 주면 하는 게 갓 법조에 들어간 젊은 판·검사이고 두 번째가 법학도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시민들이고요. 정치권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닙니다.”

4명의 원고를 김희균 교수가 전체 톤의 일관성을 고려해 ‘가볍고 재밌게’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부터 “고시공부가 싫어 딴짓을 많이 했던” 그는 극단, 출판사 근무에 파리8대학(불문학 학사, 석사,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법학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누렸다. 글솜씨도 웬만한 논객 뺨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초점이 될 것 같지만 사법개혁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그는 “재량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으로만 해결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글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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