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안상수 남경필 등 비박계 일제히 성토..경선영향 주목친박 “사당화 아니다. 朴 안나섰으면 비판여론 더 커졌을 것”
지난주 새누리당을 강타한 ‘정두언 파문’의 불똥이 ‘박근혜 사당화’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파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침’을 내리고 당 지도부가 그의 뜻대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당화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주자들은 물론 정 의원을 엄호하는 쇄신파,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가 한목소리로 박 전 위원장의 당 운영방식을 성토하고 있다. 당직도 없고 경선후보 중 한 명일 뿐인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당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선후보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위원장이 동생인 박지만씨 문제를 정리하는 것과 최근 당내에서 문제가 되는 (정두언 의원) 사안을 정리하는 게 왜 180도 다르냐”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이 지난해 6월 박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연루 의혹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일축한 반면, 정 의원 문제에 대해선 “법 논리를 따지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상반된 해법’을 제시했다는 것이 임 전 실장의 지적이다.
역시 경선후보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너무 독선적이고 어제 한 말이랑 오늘 한 말이 다르다. 어느 한 사람의 말에 따라 당 지도부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아닌데도 저러니 대통령이 되면 정말 걱정 아니냐”고 꼬집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의 기본은 민주적인 당 운영과 의사결정으로 당이 특정 대선후보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공당으로서의 존재가치는 없다”면서 “이런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선승리를 통한 집권은 어렵고, 설령 집권한다고 해도 민주주의적 국정운영과 당청관계가 어렵다”고 일갈했다.
구주류 친이계 한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이 쥐락펴락하는 새누리당은 공당이 아니다.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경선캠프’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박 전 위원장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나서서 ‘불’을 끄지 않았다면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여론의 비판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 인사도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위원장이 그렇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더라면 국민의 눈에 새누리당은 ‘아직도 오만하다’고 비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응당 해야 할 말을 했고, 의원들이 옳은 일이라 거기에 공감했는데 그게 왜 사당화”냐고 반박했다.
친박 한 중진의원은 “‘정두언 해법’은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최고지도부가 가닥을 잡았던 것”이라면서 “가이드라인 운운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사당화 논란이 이제 막 시작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 나머지 비박주자 4명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경선판이 일찌감치 ‘박근혜 추대’ 분위기로 굳어지 가운데 비박 주자들은 이번 사건을 고리로 ‘박근혜 때리기’를 본격화하며 판세를 흔들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임 전 실장과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경선 기호순) 등 4인의 비박주자들은 당장 연대를 모색하기보다는 각자 목소리를 높이며 박 전 위원장 비판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박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로 얘기를 안 해도 박 전 위원장의 당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공통된 인식은 갖고 있다”면서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박 진영이 결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 측이 결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파괴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압도적인데다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 ‘박근혜 대세론’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하락과 상승을 오가고 있지만 대세론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 “솔직히 새누리당 경선은 비박 주자 가운데 누가 2등을 하고, 또 2등이 몇%의 지지를 얻느냐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