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지에르 동독 마지막 총리 “北 스스로 변혁 중요”

메지에르 동독 마지막 총리 “北 스스로 변혁 중요”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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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 北생활수준 南에 근접시켜야..통일재원 바람직”한독통일자문위 출범 맞아 방한

통독 이전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71)는 17일 한반도 통일에는 북한이 스스로 개혁이나 체제 변혁에 나서는 것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한독통일자문위원회 출범과 첫 회의를 위해 방한한 메지에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쪽이 될 것이며 북한의 개방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오래 의견을 터놓고 얘기하는 한 총을 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 대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일 전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빠르게 남한 수준에 근접시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통일 후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대거 유입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재원 마련에 대해 “독일에선 통일 전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면서 “통일재원 준비는 올바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 3월 실시된 구동독의 마지막 총선이자 유일한 자유선거에서 동독 기민당(CDU)을 승리로 이끈 뒤 서독과의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일궈낸 바 있다.

그는 이날 출범하는 한독통일자문위 독일 측 위원 12명 가운데 한 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 정부가 통일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모든 기업에는 경쟁력이 없다. 통일 후 이들 기업과 산업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빠르게 남한에 근접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오게 될 것이다. 200만~300만 명이 밀려오면 남측에서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독 주민이 하루 2천~3천명씩 서독으로 넘어왔다.

- 남북 간 교류협력과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긴가.

▲그렇다. 두 사람이 오래 의견을 터놓고 얘기하는 한 총을 쏘는 일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남한의 많은 분이 대북 지원이 고장 난 체제를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것으로 안다. 돕지 않으면 남한은 북한의 빈곤과 계속 직면할 것이다. 북한의 기아 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 한반도 통일 전망은.

▲북측이 스스로 개혁이나 체제 변혁에 나서는 것이 가장 결정적일 것이다. 전쟁을 통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긴장완화책을 찾지 않을 수 없다.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문화적 교류나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이다. 지구 상의 공산국가로 쿠바와 북한이 있는데 쿠바는 현재 조심스러운 개방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개방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북한의 개방을 희망한다.

- 한국 정부가 통일재원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독일은 그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올바른 방식이다. 과도적 기간이 길게 갈지 짧게 갈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통독 후 서독 주민이 동독 지역 재건을 위해 소득세의 7.5%를 연대세로 냈다. 남북이 통일되면 남한 주민도 소득을 지출할 수 있어야 한다. 남한 주민이 서독 주민이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내야 할 것이다.

- 독일 통일과 한반도 상황을 비교한다면.

▲한국과 독일 사이에는 유사성도 있지만, 상이점이 더 많다.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이 원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스스로 과거 사회주의 독재로부터 해방됐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아래로부터의 혁명 가능성을 볼 수 없다. 북한 주민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동ㆍ서독은 현재 남북관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결돼 있었다. 동독 주민은 서독 방송이나 라디오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가족 상봉을 위해 서로 오가고 서신왕래도 가능했다. 문화적 교류도 많았다. 문화적 교류가 끊긴 적이 없었다. 현재 남북 사이에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동ㆍ서독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게 적었다.

- 북한 체제의 지속 전망은.

▲신이 아니다. 얼마나 존속할지 얘기하기 어렵다.

- 독일 통일이 21년째를 맞았다.

▲통일 후 구동독 지역의 대규모 재건사업을 진행했다. 동독 지역에는 현대적 인프라가 설치됐고 공장 역시 현대화됐다. 동독지역이 상당히 발전함에 따라 요즘은 구 서독지역 소도시에 대한 재건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남아있다. 현재 구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서독지역의 2배 정도로 높다. 실업률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지만 동서독 간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 통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ㆍ서독과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이 참여하는 ‘2+4 조약’을 체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서명을 위해 모스크바에 갔었다. 전승국이 독일에 완전한 주권을 준 것이다.

- 오늘 한독통일자문위가 출범하고 첫 회의가 열리는데 역할은.

▲통독 과정에서 무엇에 성공했고 어떤 것에 실패했는지를 얘기하게 될 것이다. 독일 통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자문위를 구성했다. 저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서 역할을 했다.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군축ㆍ국방장관, 리하르트 슈뢰더 동독 마지막 의회 사민당 원내대표 등이 동독 출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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