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논의 여부 ‘NCND’ 호놀룰루선 조율 안한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국회가 비준해 준다면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15일 이명박 대통령)“한·미 FTA 발효 이후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16일 새벽 미 행정부)
한·미 양국 정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ISD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하와이 회동이 조명을 받고 있다.
외신을 타고 날아든 사진에 담긴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귀엣말 장면이 낳은 추측처럼 두 정상은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ISD 문제를 따로 논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문제는 16일 민주당이 정부에다 “ISD 재협상을 약속하는 미국 장관급 인사의 문서를 가져오라.”고 역제의한 상황을 맞아 향후 두 정부가 어디까지 더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이 대통령은 앞서 15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ISD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물음에 “내가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재협상하자고 했다, 안 했다 하며 정상들 간에 논의된 내용들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부나 외교가에서는 다자정상회의에서 이미 미 의회의 비준까지 이뤄진 사안에 대해 두 정상이 별도 논의를 갖는다는 것은 외교에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ISD에 대한 후속 논의는 (한·미 FTA 협정)조문에 다 나와 있는 건데 굳이 정상끼리 따로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국회를 방문하려고 했을 때도, 민주당 지도부에 ‘선(先) 발효, 후(後) 재협상’을 제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호놀룰루 방문과 국회 방문이 이뤄졌지만 그 전과 입장이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13일 호놀룰루 회동에서 별도의 조율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두 정상 간 논의와 별개로 양국 정부가 실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16일 “지난 11일 이전에 양측 실무선에서 이 같은 제안과 관련해 사전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회 상황과 야당의 주장에 대해 양국 정부가 그동안 적지 않은 물밑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눴고, 그런 바탕 위에서 양국 정부의 의견이 잇따라 개진됐을 공산이 큰 것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1-11-1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