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박원순’ 택했다] 나경원, 선거 졌지만 밑질 것 없다

[‘시민 박원순’ 택했다] 나경원, 선거 졌지만 밑질 것 없다

입력 2011-10-27 00:00
수정 2011-10-2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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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얼굴·48) 한나라당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밑질 게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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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 초반에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원죄 의식’을 갖고 출발한 데다, ‘정권 심판론’에 나 후보 대변인의 ‘음주 방송’ 파문 등이 잇따르면서 필패론이 고개를 들었다.

선거가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나 후보는 TV토론 등에서 보여준 인물 경쟁력을 바탕으로 역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라는 바람과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구도 싸움에 밀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 후보의 높은 대중적 인기는 재확인됐다. 앞으로도 중요한 ‘정치 밑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힘을 합쳐 지원했던 만큼 풍부한 인적 자산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차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콘텐츠가 부족하다.”, “인기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는 것이 나 후보에게 주어진 숙제다.

나 후보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인생을 “졸음이 오는 잔잔한 영화”에 빗댔다. 대신 “영화를 찍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향한 ‘과시의 날갯짓’ 뒤에 쉴 새 없는 ‘백조의 발길질’을 했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힌다. 유약해 보이는 이유는 눈물 탓이다. 지난 7·4 전당대회 당시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정치적 고비에서 훌륭한 무기로 썼다. 그러나 임신 상태에서 사법연수원을 다녔고, 힘들게 얻은 딸이 장애(다운증후군)를 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원조 슈퍼맘’ 역할도 했다.

18대 총선 당시 서울 강남권 대신 중구에서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지는 등 결단력도 갖췄다. 올 들어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 ‘상향식 공천 개혁’을 주도하는 등 추진력도 인정받는다.

나 후보는 10년을 주기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며, 10년 뒤인 1992년에는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시쳇말로 ‘엄친딸’이자 ‘공신’(공부의 신)이었다.

또다시 10년 후인 2002년 9월에는 법복을 벗고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여성특보로 정치권에 발을 내디뎠다.

급기야 정치 입문 10년 만에 당내 유일한 서울시장 카드로 떠오른 ‘모범 정치인’이 됐다. 나 후보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탄탄대로를 달리느냐 가시밭길로 접어드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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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11-10-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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