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박원순’ 택했다] ‘안철수+박원순 태풍’ 대안세력에 野도 與도 무릎 꿇다

[‘시민 박원순’ 택했다] ‘안철수+박원순 태풍’ 대안세력에 野도 與도 무릎 꿇다

입력 2011-10-27 00:00
수정 2011-10-2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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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까지 흔들린 정당정치… 향후 정국 어디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서 한국 정치는 ‘신천지’로 접어들었다. 시민사회 세력을 위시한 제3의 대안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져 기존 정치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 ‘안철수+박원순 바람’으로 대표되는 대안세력에 야당에 이어 여당마저 무릎을 꿇은 셈이다.



우선 범야권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2012년 정권 교체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갖게 됐다. 정국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야권으로 쏠릴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줄곧 ‘후보연합’ 전술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패하는 등 실패도 맛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에 시민사회 세력까지 가세해 서울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파괴력도 여실히 입증됐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새 정당을 결성하거나 연합하는 전략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통합을 향한 야권의 여정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의 승리는 시민사회가 기성정치를 심판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번에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이 통합 과정에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노그룹과 시민사회가 주축을 이루는 ‘혁신과 통합’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이 민주당을 압박할 경우 민주당이 ‘헤쳐 모여’식으로 이합집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국의 방향타는 안철수 원장이 쥐게 됐다. ‘대권 플랜’ 1라운드를 통과한 그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든다면 정계개편의 큰 파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이념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그의 ‘정체성’이 어떤 정치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 ‘반(反) 엠비’, ‘김대중’, ‘노무현’, ‘진보 좌파’로 대표되는 기존 야권의 노선을 거부할 경우 안 원장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패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뼈져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전 대표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선거전에 적극 나섰는데도 졌기 때문에 충격은 배가 됐다. 서울의 한 의원은 “혁명(분당)이냐 혁신이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심판 선거가 아니다. 패배를 책임져야 하는 선거도 아니다.”라고 강조해 왔지만,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선거운동을 시종 ‘네거티브’로 이끌었다. 다만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도 흔들리게 됐다. 당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의 도전이 시작될 게 뻔하다. 그러나 여전히 박 전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위상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은 가속화되고, 국정 장악력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전면 개편 요구는 물론 자칫 대통령의 탈당론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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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10-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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