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근거 첫 ‘위안부’ 협의제안 성사될까

협정 근거 첫 ‘위안부’ 협의제안 성사될까

입력 2011-09-15 00:00
수정 2011-09-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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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 위한 양자협의를 일본 정부에 공식 제안한 것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첫 실행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1965년 체결된 이 협정은 제3조에서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고 규정한 뒤 해결되지 않을 때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는 일본이 양자협의를 거부하면 대응 수위를 높여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중재위구성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청구권 협정에 따른 단계별 대응이 우리 정부의 과거 논의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최초 공개증언이 나왔던 1991년 8월 전후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논의했으나 청구권 협정과는 무관한 의제로 다뤄졌으며 이번처럼 청구권 절차에 따라 중재위 구성까지 염두에 둔 행동은 아니었다.

외교채널을 통한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로 1992년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일본 관방장관이 처음으로 공식으로 사과했고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은 강제 연행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은 구체적인 위안부 규모와 성격은 물론 보상의 근거가 될 법적 책임은 회피했다. 이런 이유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도덕적 우위의 입장에서 위안부 피해는 한국정부가 도울 것이며 일본 정부에 물질적 보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으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외교 갈등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8월30일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ㆍ일 청구권 협정이 있음에도 정부가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만큼 정부로서는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액션’을 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부가 이번 양자협의를 제안한 것은 그 첫 실행조치다. 정부가 이날 일본에 협의를 공식 제안한 뒤 외교부 내에서 “미지(未知)의 영역에 들어섰다”(당국자)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청구권 협정에 따른 사상 첫 협의 제안이려니와 사안 자체가 복잡한 정치적 이해와 여론변수를 함축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란이 본협정에 해당하는 한일협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당국자들은 “청구권 협정상의 해석 차이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향후 협상의 향배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다. 외교가에서는 대체로 일본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동안 일본이 사법당국의 판례를 통해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도 포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정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은 (한일)조약상으로나 국내 법상으로나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는 끝났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본이 협의를 거부하면 중재위 구성 제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측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이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것 등을 우려,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단이 없는데다 설사 중재위가 구성돼도 중재위 구조상 우리 정부의 희망대로 진행될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부서 내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법률 자문단까지 구성한 것에는 이런 상황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마냥 우리 측의 협의제안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그에 따른 국제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법상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 내용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멤버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협의 자체에는 응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일본은 청구권 문제는 정리됐다는 기존을 입장을 반복하면서 논란 자체를 차단하려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돌출이 한일관계에 부정적 여파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큰 틀의 한일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채 이어질 경우 양국관계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번 유엔총회를 무대로 열릴 한ㆍ일 양국의 정상 또는 외교장관 회담에도 위안부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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