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문에 무게…일각선 “따라갔을 수도”
장용훈 기자= 10년 만에 이뤄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동행했는지 관심이 쏠린다.김정은
20일 현재까지 동행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단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는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해 “확인이 안된다. 중국 방문 때 안 데려갔으니 이번에도 데려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도 김정은은 북한에 남아 권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가 김 위원장이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환할 때 북중 접경지역에 직접 나가 부친을 영접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도 유사한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중국과 달리 러시아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외교관계를 이어온 데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에 한정될 공산이 커 김정은이 굳이 동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의 핵심은 북러 간의 경제협력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주로 경제전문가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문제가 이슈가 아닌 상황에서 김정은의 동행 개연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추후 국방위원회 고위직 등에 올라 후계자로 확고한 지위를 굳힌 뒤 단독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북한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김정은이 동행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며 “김정은이 작년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후계자로 공식화된 만큼 아들이 아버지의 외국방문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동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을 데리고 가 러시아 고위인사들과 인적 연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방러 기간에 러시아 대선 후보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정은을 데려가 북러간 차기 지도부의 상견례 자리를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작년 5월과 8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 공식 수행원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에도 당시와 비슷한 모양새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을 벌이던 시기 활동무대이기도 한 만큼 김정은이 아버지의 이번 방문에 따라나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