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 이후] 항모서 시신 씻겨 가방에… 이슬람 장례후 추 매달아 水葬

[빈라덴 사살 이후] 항모서 시신 씻겨 가방에… 이슬람 장례후 추 매달아 水葬

입력 2011-05-04 00:00
수정 201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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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아라비아해 수장까지 ‘긴박했던 순간’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지 하루가 지나면서 구체적인 작전 당시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빈 라덴의 무장저항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현장을 급습한 미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과 마주한 순간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빈 라덴이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아 총을 쏘며 미군에 저항했다는 설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백악관의 설명이 맞다면 비무장 상태인 빈 라덴을 굳이 사살한 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빈 라덴의 최후의 순간에 대한 설명이 뒤집힌 이유에 대해 백악관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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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
오사마 빈 라덴
앞서 미 정부 당국은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요원 25명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 4대가 파키스탄 시간으로 2일 새벽 1시 15분쯤 은신처를 급습하면서 작전은 시작됐다고 밝혔다. 빈라덴과 가족들은 3층짜리 맨션 건물 중 1~2층에 머물고 있었다. 빈라덴은 네이비실 요원들이 들이닥치자 같이 살던 한 여성을 인간 방패 삼아 AK47 자동소총을 쏘며 저항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 여성이 빈라덴의 부인 중 한명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백악관 관계자는 “부인이 아니라 빈라덴이 비상상황에서 인간 방패로 이용하려고 데리고 있던 여성이었다.”고 정정했다고 CNN과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빈라덴은 (치졸하게도) 여성을 인간 방패로 삼는 인간이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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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분의 작전 시간 중 마지막 10분 사이에 빈라덴은 머리와 가슴에 총을 한방씩 맞고 즉사했다. 인간 방패로 이용된 여성과 빈라덴의 아들 한명, 연락책 남성 두명도 네이비실의 총격에 숨졌다. 반면 빈라덴의 부인과 다른 여성 한명은 부상만 당했다. 네이비실 요원들은 절명한 빈라덴의 얼굴을 확인한 뒤 들것에 실어 헬기로 날랐다. 헬기는 시신을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작전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으로 옮겼다.

항모 위에서는 간략한 이슬람식 장례절차가 진행됐다. 미군 관계자가 주관했고 현지인을 통한 아랍어 통역이 이뤄졌다. 시신은 씻긴 뒤 하얀 천으로 덮어 관 대신 가방에 담아 바닷속으로 미끄러뜨리듯 빠뜨렸다. 시신이 물에 뜨지 않도록 가방에 추를 매달았다. 미 정부 관계자는 “사망한 지 9시간 만에 수장된 셈”이라면서 “빈라덴의 시신은 찾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빈라덴 사살에서 수장까지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치밀한 준비 덕분이다. 네이비실은 빈라덴의 은신처와 닮은 모형 건물을 만들어 놓고 수차례 실전연습(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미국 측은 은신처를 발견한 뒤 습격하기까지 8개월 동안 한번도 빈라덴의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통해 빈라덴이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작전 개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빈라덴이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라고 CNN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빈라덴의 시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인도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설도 나돈다. 이런 가운데 알카에다의 유력 이론가인 ‘아사드 알 지하드2’(온라인 필명)가 빈라덴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고 복수를 다짐했다고 이슬람권 웹사이트 SITE가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5-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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