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5일, ‘밀양행’ KTX 열차를 타려는 한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역사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역사 주변엔 노란 풍선과 ‘사랑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빼곡하게 걸렸다.
늦겨울 바람 소린지, 떨리는 목소린지 ‘아침이슬’ 노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꼭 3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민 노무현으로 되돌아간 날이다. 그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간 첫 대통령이다. 스스로 ‘봉하 마을행’을 “균형 발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의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음 한편에 “경상도는 나를 정치적으로 배척했던 곳”이라는 아픔이 늘 있었다고 한다. ‘호남당’ 깃발을 들고 부산에 내려가 세번의 선거에서 패했다.
2000년 총선 당시 부산 롯데호텔 앞 유세에선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라며 ‘부산 갈매기’를 목 터지게 불렀다. 행여 영남이라 ‘민주당’ 이름이 걸리면 불리할까 봐 홍보물에서 당을 지웠던 백원우 의원은 혼쭐이 났다. 결과는 또 패배,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참모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나.”라고 했다. 그 뒤 ‘바보 노무현’에겐 노사모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 생겼다.
요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맘이 편치 않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 구호가 다시 넘쳐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은 더더욱 그렇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가치’를 내세운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최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이후엔 ‘노무현 가치’의 그늘만 보였다. 헐뜯고 상처 내고, 마치 고인이 된 아버지의 유산을 누가 더 나눠 가지는지, 누가 상징성을 더 부여받는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당장 선거가 치러지면 추모 2주기다. 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묘비 앞에 서려면, 노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었던 길 위에 다시 서야 할 것 같다. 공과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은 개인의 과업을 조직 전체의 과업으로 만든 리더다. 적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정치세력이라면 눈앞의 승리보다 미래의 가치에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늦겨울 바람 소린지, 떨리는 목소린지 ‘아침이슬’ 노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꼭 3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민 노무현으로 되돌아간 날이다. 그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간 첫 대통령이다. 스스로 ‘봉하 마을행’을 “균형 발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의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음 한편에 “경상도는 나를 정치적으로 배척했던 곳”이라는 아픔이 늘 있었다고 한다. ‘호남당’ 깃발을 들고 부산에 내려가 세번의 선거에서 패했다.
2000년 총선 당시 부산 롯데호텔 앞 유세에선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라며 ‘부산 갈매기’를 목 터지게 불렀다. 행여 영남이라 ‘민주당’ 이름이 걸리면 불리할까 봐 홍보물에서 당을 지웠던 백원우 의원은 혼쭐이 났다. 결과는 또 패배,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참모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나.”라고 했다. 그 뒤 ‘바보 노무현’에겐 노사모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 생겼다.
요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맘이 편치 않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 구호가 다시 넘쳐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은 더더욱 그렇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가치’를 내세운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최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이후엔 ‘노무현 가치’의 그늘만 보였다. 헐뜯고 상처 내고, 마치 고인이 된 아버지의 유산을 누가 더 나눠 가지는지, 누가 상징성을 더 부여받는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당장 선거가 치러지면 추모 2주기다. 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묘비 앞에 서려면, 노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었던 길 위에 다시 서야 할 것 같다. 공과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은 개인의 과업을 조직 전체의 과업으로 만든 리더다. 적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정치세력이라면 눈앞의 승리보다 미래의 가치에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1-02-2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