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배경과 각료 인사청문회 준비,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등 주요 정치 현안에 관한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의 언급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계시는 분의 거짓말이 지나치다”면서 “공당의 대표라는 분이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그럴 듯 하게 흘리고 문제가 되면 말 바꾸기를 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장이 위원장이 돼서 10여명의 수석들이 앉아서 청문회를 한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어제 심지어 ‘이렇게 잘 검증된 사람을 국회로 보낼 테니까 청문회를 두 가지로 나누자.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10일 비대위에서는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보고서가 우리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의 발언도 있었는데,대통령이 당초 계획에 없던 러시아를 방문을 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그러나 “어떤 근거를 갖고 천안함 관련 모종의 거래를 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1야당으로서 그런 공격이 국제사회와 국익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장은 또한 “박 대표가 ‘쌀 5천t은 통일부 장관의 집에서 먹기도 모자란다’고 말한 것은 언어의 강조를 넘어선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대기업에서 1억원씩 받고 휠체어타고 다니던 때가 언제인데 너무 손바람 내다가 ‘덜컥수’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당청에서 어제부터 절 험하게 공격 개시,드디어 오늘은 덜커덕 운운,제가 입을 닫아야 하나요? 야당 대표는 순종해야 하나요?”라고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도 “청와대가 오만한 태도로 야당대표를 비난하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전 대변인은 ‘비공개 인사청문회’ 논란과 관련해 “박 대표는 청와대를 거명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고,러시아 방문 의혹 제기에 대해선 한겨레신문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당시 의총에서 “제안한 사람은 청와대가 아니라 여권 인사”라고 해명했으나 발언의 전후 맥락과 각료 인선의 성격상 제안의 주체가 청와대인 것으로 일제히 보도됐다.

　이와 관련,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청와대라고 썼지만 분명하게 말하겠다”며 “실체가 없으면 거짓말을 했겠는가.내가 말한 것이 틀린 적이 있느냐.도둑질하다 걸렸는지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여권 인사 누가 제의했는지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안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거취에 관한 언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14일 서울신문과의 회견에서 “민주당 빅3(정세균.정동영.손학규)가 검증을 받은 다음에도 국민이 적당한 인물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다른 인물을 찾아야 한다”면서 “반 총장에게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야 한다”며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권후보가 안 뜨고 있는데 반 총장을 영입하는 게 어떠냐’고 묻길래 ‘어떻게 안 뜬다고 말하느냐.그리고 유엔 사무총장 잘 하고 있는데 그런 걸 물으면 누가 되는 일이다.하지만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는 원론을 말한 것인데 이렇게 보도가 됐다”고 해명했다.

　반 총장에 관한 박 대표의 언급에 대해 당내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이제는 튼튼한 대안 세력으로서의 결단을 보여줘야 하는데 벌써부터 외부의 누구다,더더군다나 반 총장 같은 세계적 인물,본인 스스로 정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분의 관심을 끌어보겠다고 하는 것은 아주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