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경쟁자 ‘들러리’ 만든 셈…‘공정·도덕성 저버린 처사’
지난 7월 외교통상부가 시행한 통상(通商) 전문가 특별채용이 유명환 장관 딸을 합격시키고자 정성껏 준비된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정부기관으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저버린 처사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6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특별 인사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는 유 장관 딸이 특채에 응시하기 전부터 유 장관 딸의 ‘스펙’을 파악해 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응시 자격과 전형 일정 등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외교부는 과거 특채에서는 텝스에 토플까지 영어시험 성적으로 인정했지만 이번 특채에서는 텝스만 인정했다.
또 외국과의 법적 분쟁을 가리는 통상 전문가를 뽑는 시험인데 변호사 자격은 제외하는 대신 엉뚱하게 ‘석사 후 2년 경력자’를 추가했다.
석사 출신에 텝스 시험 성적표가 있고 외교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유 장관의 딸을 위해 자격 요건을 맞췄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외교부는 7월1일 특채 공고를 낸 뒤 유 장관 딸을 포함한 지원자들이 지원 요건에 맞지 않아 모두 탈락하자 7월16일 재공고를 내고서 26일 뒤인 8월11일 접수를 마감했다.
대개 재공고한 시험은 앞서 공고가 한번 나갔기에 서류 접수를 길어도 보름 안에는 마치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 접수를 마감한 것도 유 장관 딸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유 장관 딸이 제출한 텝스 성적표는 7월20일과 마감 전날인 8월10일에 나온 성적표 등 두 개가 있었는데,8월10일 시험 성적이 앞선 성적보다 56점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장관 딸이 더 높은 영어 성적을 인정받도록 두 번째 시험 성적이 나온 다음 날까지 마감을 기다려 준 것으로 보인다.
또 유 장관 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애초 공고 때 서류전형에서 영문 에디터 경력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재공고 때는 이와 유사한 번역사 경력은 인정해주는 등 일관성도 없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유 장관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획관은 장관의 딸이 특채에 응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부 절차를 무시하고 인사위원들을 구성하고 직접 서류전형과 면접에도 참여해 다른 외교부 간부와 함께 유 장관의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몰아줬다.
면접에는 민간 위원 세 명과 한 기획관 등 두 명의 외교부 간부가 들어갔는데,세 명의 민간 위원은 유 장관 딸보다 차점자에게 2점 많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한 기획관과 다른 간부는 유 장관 딸에게 각각 20점 만점에 1점 모자란 19점을 주고 차점자에게는 12점과 17점을 줘,유 장관 딸은 총점에서 7점 차로 경쟁자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합격했다.
결국 특채 공고를 보고 발품을 팔며 서류를 만들어 낸 지원자나 서류심사를 통과해 열심히 면접을 준비한 응시생이나 유 장관 딸을 위해 준비된 시험에서 들러리 노릇만 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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