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주지사와 머리 맞대고 정책갈등 ‘대통합’

오바마, 주지사와 머리 맞대고 정책갈등 ‘대통합’

입력 2010-06-17 00:00
수정 2010-06-1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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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 어떻게… 사례별로 본 명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으로 공화당 소속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를 초대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의 내용을 좀 완화해 보려는 뜻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주 당국과 지방경찰의 불법이민 단속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회동이 끝난 뒤 브루어 주지사는 “(멕시코 국경을 지키는)국경수비대 예산 등에 있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백악관은 침묵했지만 모종의 정치적 타협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특정 주의 법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까닭은 이 법안이 인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 외에 이 법으로 말미암아 연방정부의 고유권한인 이민정책에 주 정부가 개입하는 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헌법에 어긋날 뿐더러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정책행위를 침해하는 일은 차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물론 이 법안이 11월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민감한 이슈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미국 등 선진국도 정책사안을 놓고 갈등을 겪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처럼 여야 간 정파적 색채까지 더해져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화와 시스템’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오바마-브루어 회동도 이런 갈등해결 문화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은 우파, 파리 시장은 좌파 출신이라는 ‘불편한 동거’ 체제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좌파 자치단체장도 우파 대통령과 기꺼이 발을 맞춘다. 좌파 사회당이 강세를 보이는 북부도시 릴 시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해 살린 게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금속산업의 쇠퇴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이 지역을 살리는 데 우파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 도시를 테제베(TGV) 북부선 거점도시로 지정하는 한편 릴역 주변에 국제 컨벤션센터와 호텔, 쇼핑센터, 주거지역 등을 집중 개발했다. 이에 지자체도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에 나서 릴 시의 부활을 이끌어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극한 대립이 사업 중단과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일본의 예다. 지난해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자민당 정권이 홍수대책으로 지난 15년간 진행해온 ‘얀바댐’ 건설사업을 전면 중단시킨 것이다. 이미 사업은 총사업비 4600억엔(약 6조원) 가운데 3217억엔의 예산이 투입돼 70%의 공사진척률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완공을 6년 앞둔 시점에 국책사업이 중단되자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부은 도쿄와 사이타마 등 6개 현 지사들은 건설중지 철회를 요구하며 극력 반발했다. 여야 간, 중앙-지방정부 간 면밀한 협의와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사업이 결국 갈등과 대립, 분쟁만 낳은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극렬 시위 등으로 번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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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강국진기자 bori@seoul.co.kr
2010-06-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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