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겪은 노조법 시행령…싸움 이제부터

진통겪은 노조법 시행령…싸움 이제부터

입력 2010-02-09 00:00
수정 2010-02-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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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시간·인원으로 설정 골격 유지근로면제위 치열한 ‘타임오프 공방’ 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과정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시간’과 ‘인원’으로 구체화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노동부는 지난달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수와 근로시간 면제 사유를 고려해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 한도를 시간으로 정하되,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근로자 수 지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타임오프 한도를 시간으로만 정하면 노조가 총량 시간을 쪼개 전임자를 지나치게 많이 두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악용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노동부가 설치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는 노동부 입법예고안의 몇 가지 쟁점사항에 대한 수정의견을 제시하면서 대립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노조전임자 인원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경총은 전임자 수 제한을 강행 규정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후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타임오프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근로면제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노동계 의견이 수용되는 듯했지만 경제 관련 부처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상황은 달라졌다.

 국무총리실,노동부,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 차관은 5일 모여 과도한 노조 전임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법 개정 취지를 살리기로 하고 시행령 개정안에 타임오프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되살려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근로면제위가 타임오프 한도를 사업이나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 수와 해당 업무의 범위 등을 고려해 시간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안이 논란 끝에 최종 의결됐다.

 타임오프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을 강행 규정으로 못박아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이 임의조항이지만 부분적으로 수용된 셈이다.

 대립각이 적었던 일부 조항에는 노동계 의견을 다수 반영했다.

 노사가 5명씩 추천하고,정부가 추천하는 5명의 공익위원으로 구성되는 근로면제위원의 결격사유는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돼 삭제됐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잦아 근로면제위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애초 노동부 입법예고안에는 ‘국가공무원법 33조에 해당하는 사람은 위원에 위촉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무원법은 임용 결격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입법예고안 부칙의 공익위원 과반수 의결 조항도 노동계 요구로 사라졌다.

 즉,근로면제위가 올해를 처음으로 3년마다 4월까지 상한선을 심의·의결하지 못하면 ‘5월까지 재적 공익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정하도록 했으나 ‘과반수 찬성’ 문구를 빼고 5월까지 공익위원이 결정하도록 한 것.

 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50일로 정한 근로면제위의 심의·의결 기한도 노동계 의견이 반영돼 60일로 늘어났다.

 그러나 근로면제위원을 교차 배제하는 방식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과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 업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노조법 시행령이 확정돼 7월부터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 한도 와 적용 범위 등을 둘러싼 공은 근로면제위로 넘어가게 됐다.

 이달 말 출범 예정인 근로면제위에서는 타임오프 한도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영계와 최대한 늘리려는 노동계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상급단체에 파견한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 별도 적용 여부를 놓고서도 양보 없는 쟁탈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정은 타임오프 적용 대상에 상급단체 파견자를 포함할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지만,시행령 개정안에 명시하지 않고,근로면제위가 후속조치를 마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업단위 노조에서 한국노총으로 파견된 전임자는 작년 말 현재 620명 중 20.8%(129명)에 달하며 민주노총은 10~15% 규모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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