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3·1절 90돌… ‘끝나지 않은 전쟁’
일본 야스쿠니 신사측이 한국인 희생자들의 위패와 명부를 조만간 삭제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전쟁에서 사망한 한국인 희생자의 유족에게 사죄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야스쿠니 신사에는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국내외 전쟁에서 사망한 전몰자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다.
일본 측은 유족들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명부를 만들어 놓고 전몰자들을 군신(軍神)으로 추모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과 한국인 희생자 2만 1000여명도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 사무국과 한국인 합사자 명부를 철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신사 안에 봉안되는 명단인 영새부(靈璽簿)를 제외한 나머지 명부에 들어있는 한국인 이름을 삭제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야스쿠니 신사측은 한국인 희생자들의 유족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사건이 이번에 물꼬를 트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역사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물밑으로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명부는 세 단계로, 전몰자들의 개별 명단인 제신명표와 개별 명단을 명부로 묶은 제신명부, 신사에 안치된 전몰자들의 명단(영새부) 등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신사 측이 삭제하기로 결정한 명단은 제신명표와 제신명부이며, 삭제되는 한국인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측은 영새부 완전 삭제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영새부까지 삭제하는 것이지만 (이번 결정은) 억울하게 합사된 한국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첫 물꼬를 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일본에선 신사의 종교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영새부 명단까지 완전히 삭제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 전문가인 경북대 법대 김창록 교수는 “애초에 원치도 않았던 사람들을 일본이 명부에 올려놓았던 게 본질인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사 측은 한국인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합사 취소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 선고 이후 사죄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9-02-28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