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낸 ‘이명박 法治’
19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법치(法治)’가 윤곽을 드러냈다. 불법 불용(不容)과 경제를 살리는 법치, 그리고 검찰권 독립 보장 등 세가지 핵심내용이 삼각축을 이룬다.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검찰권 독립을 강조한 점이다. 이 대통령은 “한가지 약속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리곤 “과거 정치가 검찰권을 이용했던 때가 없지 않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 정권에서는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 앞서 김경한(오른쪽) 법무장관, 임채진(왼쪽에서 두번째) 검찰총장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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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의 BBK수사와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당시 검찰은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 연루의혹 등은 모두 무혐의 처리했으나 도곡동땅에 대해서만은 제3자 소유로 추정된다며 여지를 남겼고, 이는 특검수사로 이어지는 빌미가 됐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유감 표명이자, 경고이며, 재발 가능성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피해를 보는 것은 미래”라는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인용, 검찰의 변화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과의 대화’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검찰 자체의 변화를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엄정한 공권력 집행을 통한 사회의 변화에 방점을 뒀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 것도 이런 이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불법시위·노사분쟁 단호 대응”
이 대통령은 “불법폭력 시위를 그대로 두고는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이념적 불법파업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법치 확립의 궁극적 목표를 경제 살리기와 선진문화 구축에 두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줄곧 경제 살리기의 제1조건으로 노사화합을 꼽아 왔다. 각종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으로 불법시위나 노사분쟁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대응으로 맞섬으로써 노사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법무부도 이날 ‘무관용 원칙’과 ‘공무집행 면책보장’을 강조, 이 대통령의 뜻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회생엔 투자보다 법질서가 더 중요”
이에 따라 올봄 춘투(春鬪)는 이명박 정부 5년 노사문화의 향배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행보에 보폭을 맞추고 있는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대립각을 접지 않고 있다. 정부와 민주노총의 맞대응 양태에 따라 시위문화와 공권력의 위상 등이 가려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도 당부했다.“법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GDP(국내총생산)의 1%가 올라갈 수 있다.1% 올리려면 투자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와 비교해 보면 법질서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경제살리기의 시작이 법질서 준수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초생활물가가 너무 비싸다. 농민들은 생산비도 안되는 가격에 팔고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사는 구조다.”라면서 유통과정 개선을 위한 법령 정비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2008-0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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