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 읽기] 마술적 사실주의? 경이로운 현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마술적 사실주의? 경이로운 현실!

입력 2010-05-24 00:00
수정 201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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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문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남미 문학에 대해, 더 엄격하게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마르케스가 한 이야기 중 아주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그는 ‘팔딱팔딱 뛰는(부글부글 끓는)’ 칠리 그릇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는 자신에 대해 이와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정말로 멋진 것은 애벌레가 있어서 칠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칠리가 움직이기 위해서 애벌레를 갖고 있다는 설명일 것이다.”

다이내믹한 자연 기후와 원초적인 토속 신앙, 그리고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이래 계속되어 온 역사적 굴곡들로 점철된 카리브해에서 나고 자란 마르케스에게 있어 세상은 가공할 만한 것들로 이루어진 원더랜드다. 그러므로 작가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시적 영감을 가지고 그 현실을 문학 속에 이식하는 것 정도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개인적인 겸양의 표현 같지가 않다. 쿠바의 작가 카르펜티에르는 ‘로트레아몽’을 필두로 한 유럽의 초현실주의자들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신 상태에서 오직 상상만으로 비현실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은 문학적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경이로움은 작가의 조작된 몽상이 아니라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경이로움은 현실에 있다! 중남미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현실, 그것이야말로 경이로움이다.

흔히 ‘중남미 소설’ 하면,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이 따라붙곤 한다. 결국 사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작품을 쓴다는 말인데, 예술 중에 그렇지 않은 건 또 어디 있을까?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익숙한 틀 안에 포섭되는 과정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유럽의 사조보다-이 용어는 독일의 예술 비평사 프란츠 로가 회화 비평을 위해 처음 사용했다-카르펜티에르의 말, ‘경이로운 현실’이 와 닿는 건 이 때문이다.

중남미 문학은 곧 경이로운 현실이다. 현실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작가다. 그래서 중남미 작가는 오늘도 현실을 받아 적고 있다. 단, 시적 영감으로 가득찬 채로.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0-05-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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